이∼얏!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두 명의 검객이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가 돼 일합을 나눈 뒤 조금의 쉴 틈도 없이 다시 상대방의 빈틈을 노린다. 호면 사이로 번뜩이는 눈빛이 움직이는 순간 상대방의 빈틈을 파고 든다. 지난 7일 광주 서석고 체육관. 오는 15일 문화관광부 전국학생검도대회를 앞두고 서석고, 조선대 선수들이 서석OB 선배들과 어울려 연습에 여념이 없다. 자신만의 특유의 기합소리와 함께 연격(죽도를 반복해서 내리치는 동작)을 하는 선수들의 얼굴에선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진다. 기술연습과 응용동작 연습, 공격연습, 시합연습 등 이어지는 훈련에 지칠 법도 하지만 누구하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김태호 5단은 “검도는 심신이 일치가 됐을 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세를 바로하고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도는 기본자세와 동작 등 기초수련과정에서 꾸준한 반복과 자기집중을 통해 인내·근력·정신집중력을 기르는 스포츠다. 검도의 수련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바른 자세에서 비롯되는 예절교육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검도를 가리켜 ‘예(禮)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운동’ 이라고 하는데서 보듯 검도인들은 바른예절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경기를 하거나 호구를 착용할 때등 모든 동작하나 하나에 절도와 예절을 갖춰 행한다. 검도에는 삼례(三禮)가 있다. 국가에 대한 예와 사범에 대한 예, 상호간의 예가 그것이다. 국가에 대한 예를 통해 자기를 넘어선 애국애족의 정신과 공동체의식을 키우고 사범에 대한 예를 통하여 가르침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배움의 자세를 가다듬고, 상호간의 예를 통해 수련하는 이들의 신뢰와 우의를 돈독히 한다는 내용이다. 검도는 선수들만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광주 시내에는 모두 11개의 검도관이 있어 가까운 곳을 찾아 누구나 검도를 익힐 수 있다. 1년정도 배우면 초단을 딸 수 있다. 검도의 수련은 몇가지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예절과 수련에 앞서 갖춰야 할 것을 배우는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 다음에 기본자세와 기본동작 등을 습득하고, 호구 착용을 하고 비로소 본연습, 시합연습에 들어간다. 기본자세에서는 상단·중단·하단이 있으며 각기 공격과 방어에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동작에는 전·후이동 3동작, 2동작·1동작·머리치기·손목치기·허리치기 등이 있다. 모든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안정된 자세, 정확한 동작이다. 검도는 바른 자세와 몸가짐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운동이다. 곧 기검체 일치(氣劍體一致)가 검도의 궁극적 목표이다. 검도는 남녀노소 누구든지 자신의 체력에 맞춰 운동 할 수 있다. 빠른 발놀림과 손동작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체를 강건하게 함은 물론이고 바른 자세와 판단력, 결단력등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 또한 힘찬 기합을 지르고 죽도로 힘껏 내리치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광주시내 검도관에는 여성들을 비롯, 나이가 지긋한 중년들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광주시 북구 오치검도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임광옥(여·33·광주시 북구 일곡동)씨는 8년경력에 3단의 실력을 갖춘 여검객이다. 임씨는 “출근하기 전에 새벽운동을 주로 하는데 정신집중과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의 운동이다”고 말했다. 치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전창식(50·광주시 동구 산수동)씨는 10년전 오십견을 앓으면서 검도를 시작해 건강과 활력을 찾았다. 전씨는 “퇴근 후 1시간 정도 검을 휘두르다 보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삶에 활력이 넘쳐 다음날 진료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검도를 권했다. 오치삼(37) 광주오치검도관 관장은 “검도는 절도와 예를 존중하고, 심신합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