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비슷한 철릭(고구려 전통 무사복)을 입은 아이들이 춤추듯 너울너울 거리다가 “이크(강한 동작의 기합)” “에크(예비동작의 기합)” 하며 짧고 폭발할 듯한 기합소리와 함께 폈다 구부렸다 하는 두발이 수련관 바닥을 사뿐 사뿐 옮겨 다닌다. 지난 1일 오후 5시 광주시 서구 쌍촌동 광주시 택견협회 서구 전수관(062-371-3690). 4살 먹은 태현이부터 중학교 1학년생까지 30여명의 수련생들이 김덕렬(백일초등학교 3년) 군의 구령에 맞춰 20여가지의 준비동작(앞엣거리)을 펼친다. 몇가지 동작이 지나지 않아 벌써 수련생들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가 금새 얼굴로 흘러내린다. 김덕렬 군은 서구 전수관의 어린이반 최고수다. 3년 정도 수련했는데 품밟기부터 활개질-딴죽걸기 등의 기본동작의 선이 마치 한마리 학이 춤을 추는 듯하다. 그렇다고 마냥 부드러운 동작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발차기와 호흡을 모아 내지르는 손동작에선 파공성이 느껴질 정도다. 김 군은 “택견을 하고 난 후 자세가 바르게 되고, 감기 한번 걸리지 않게 됐다”며 “다른 운동하는 친구들 보다 훨씬 몸이 부드럽고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아이들의 기본동작 수련이 끝나고 조경배(38) 관장과 성호기(50)광산구 전수관 관장의 대련시범이 이어진다. 철릭을 입은 두 관장이 춤추듯 다가선다. “이크” “에크” 기합소리와 함께 폈다 구부렸다 하는 두발과 휘휘 내젓는 손사래 사이로 상대의 눈빛을 살피는 표정이 진지하다. 일순간 침묵이 흐르는 듯 하더니 벼락치듯 뛰쳐나가 내지른 발길질에 상대방이 나동그라진다. 또 다시 “이크” “에크” 기합소리가 반복되며 두 사람은 마주선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호흡도 가빠진다. 조경배 관장의 거푸회목치고 뛰어 내지르기에 이어 밭장(발목)치기에 이은 어복(장딴지)치고 뛰어 두름치기가 물흐르듯 이어지며 성호기 관장의 얼굴을 공격한다. 성관장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세굳히기로 방어에 나선다. 한 호흡 훔칠 틈도 주지 않고 조 관장의 대마디(무릎 옆면)치기에 이어 뛰어 돌개 곁치기(몸의 옆면)가 성관장의 얼굴에 적중한다. 조관장과 성관장이 서로 약속된 동작으로 공격과 방어를 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큰 부상이 예상될 정도의 격렬한 대련이었다. 조 관장은 “택견의 몸짓은 부드러운 동시에 강하고 허술한 듯 하지만 빈틈이 없으며 날카롭고 위력적인 동시에 유연함과 여유가 있다”며 “물의 유연함, 바람의 회전력, 새의 힘찬 날개짓 같은 자연의 힘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택견은 품밟기(발), 활개짓(손), 발질의 독특한 몸놀림으로써 상대로 하여금 타격점을 흐트러 놓아 공격의 기세를 둔화시킬 수 있고, 몸을 굼실댐으로서 충격을 완화시켜 자신을 보호 할 수 있는 현대스포츠의 이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택견이 춤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릎의 굴신과 몸의 유연성, 리듬성이 동시에 철저한 중심이동이 되기 때문이다. 공격하는 순간에도 자세의 안정성이 우선시 되며 또한 근육의 비틀림을 방지한다. 따라서 택견은 운동량이 많지만 부상 위험이 거의 없고 탄력과 유연성을 이용한 운동이기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다섯살 어린이 부터 할아버지 까지 함께 배울 수 있다. 고교 교사인 최희정(38·서구 화정동)씨는 큰딸 이지현(동성중 1년), 둘째딸 이민경(염주초등 5년), 아들 이태현(4살)군과 함께 택견 수련을 하는 택견 가족이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고급 수련자들보다 자세가 더 좋다는 최희정씨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던 중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택견을 하게 됐다”며 “건강은 물론 가족 화합에 최고의 운동이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박여진 주부(33·광산구 소촌동)도 아들 김철호·민호(송정 중앙초)군과 함께 수련한다. 평소 우리것에 관심이 많았던 박씨는 철호군과 민호군이 다니는 수련관을 찾았다 곧바로 입문할 정도로 택견에 관심이 높다. 지금은 아들한테 배우지만 열심히 수련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욕심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단체마다 다르지만 대한택견협회의 경우 수련생의 품계를 무급에서 9단까지로 정해져 있다. 유단자가 되려면 최소 1년이상 수련해야 하고, 초보자가 기초를 닦는데는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