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판 살아나야 ‘문화 르네상스’ 꽃 피운다
2025년 08월 24일(일) 21:00
K 출판 세계로 도약 광주 출판 미래는 <1> 프롤로그
로컬 콘텐츠 생산 지역문화 파수꾼
열악한 현실에서도 고군분투
한강 노벨상, 광주 문학에서 연유
세계속 문학의 도시 도약 길 찾아야

광주의 출판은 오월 정신과 지역의 우수한 문화자산, 정체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도구다. 광주 서구에 자리한 유스퀘어 내 영풍문고에서 책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지난해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 출판계에 날아든 낭보였다. 세계 문학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변방이었던 우리 문학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였다.

이번 시리즈 의도는 인문도시를 표방해온 광주가 세계인이 주목하고 인정하는 책과 문학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또한 광주 출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출판문화를 어떻게 일궈가고 이를 콘텐츠로 연계할지, 나아가 ‘책 읽는 문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도모하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반도체, 조선, 스마트폰, 인터넷 등에서 세계의 선두권을 유지할 만큼 괄목한 성장을 해왔다. 협소한 영토, 부족한 자원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과 교육열, 근면이 이룬 성과다.

그와 발맞춰 문화산업도 꾸준히 성장해왔다. ‘K컬처’ 신드롬은 우리나라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국가로 발돋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팝을 비롯해 K드라마, K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K컬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시장에서 팬덤을 토대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이 그러한 예다. 뿐만 아니라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세계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미국 골드 더비 TV 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6관왕을 거머쥘 만큼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작금은 K문학, 특히 ‘K출판 르네상스’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문화적 우수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사실 동아시아의 동일한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각각 2명씩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중국의 모옌과 가오싱젠, 일본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오게 겐자부로가 노벨상 작가들이다. 그로 인해 우리 문학계는 오랫동안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라는 다소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아야 했다. 물론 역대 노벨상 선정과 수상 등이 유럽 중심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세계 문학과 출판계 시각으로 보면 우리의 문학, 특히 출판이 세계 문학시장에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출판은 K컬처의 가장 토대를 이루는 분야이자 기록문학의 첨병을 담당한다. 사실 한 지역, 나아가 한 나라의 중요한 문화유산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미래는 담보될 수 없다. 모든 콘텐츠 출발이 그것의 기록인 출판으로부터 연유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주완 작가는 ‘지역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부키)에서 “로컬콘텐츠를 생산하여 기록으로 남길 수 있고 지역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지역출판사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지역에 소재하는 출판사가 오롯이 책만을 발간해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광고디자인 등으로 손실을 보존하며 지역 문화와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명으로 책을 발간하는 게 지역출판의 현실이다.

지난해 한강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의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장사진이 연출됐지만 이면에는 지역 출판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지역에서 발행한 책이나 지역 문인들의 책 판매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강경호 시와사람 대표는 “수도권 대형사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획·홍보·물류를 일원화해 전국 서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하지만 지방 중소 출판사는 인쇄비·배송비·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차다”며 “결과적으로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지방 작가·출판사는 ‘자비 출판’이나 제한적 로컬 서점 유통에 머무르게 된다”고 전했다.

지역의 출판사들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지역 가치와 의미를 견인하고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책들을 발간해내고 있다. 이들은 사실 ‘지역 문화의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주의 출판은 오월 정신과 가치, 광주만의 우수한 문화자산, 정체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도구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더 늦기 전에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튼튼한 지역 출판 토대를 구축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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