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대체 언제 따야 하나요?
2025년 08월 10일(일) 19:00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과채류 등 수확시기 조절 어려워…개화·기상 상황 고려를

/클립아트코리아

“오이 농사를 짓는데 아침에 머리에 노란 꽃을 단 3㎝ 새끼손가락만 한 오이가 다음 날 보니 훌쩍 자라 아이 팔뚝만큼 했다”라는 둥 농삿일 하는 사람이라면 자랑하듯 황당한 일을 늘어 놓는 이른바 ‘썰’을 한 두개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텃밭 농사를 하는 도시 농부가 10~20㎝ 수확하기 어중간한 가지 몇 개를 그냥 뒀는데 사흘 후 주말에 가보니 쇄서 못 먹게 됐다는 썰도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런 썰들은 사실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하다. 썰이라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근거 없는 괜한 소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이는 빠른 성장 속도로 알려져 있으며, 적절한 환경에서는 짧은 기간 내 수확이 가능한 작물이다. 집 화분에서도 씨앗 심은 지 4~5일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며, 넝쿨이 자라기 시작한다. 그리고 40~50일 정도가 지나면 수확할 수 있다. 수확시기는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개화 8~10일 후 수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오이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오이의 크기와 색상을 봐야 하는 데 오이가 적당히 길어지고 색이 짙은 초록색을 띠면 수확할 준비가 된 것이다. 너무 오래 두면 오이가 과숙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가지 역시 성장이 왕성하기로 소문난 작물이다. 모종을 심고 60일이면 완전히 자랐다고 할 수 있다. 꽃이 핀 후 대략 20~30일 후면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가지는 어릴 때 수확하는 것이 맛있는데 수확이 늦어지면 씨가 생기고 딱딱해져 먹기가 수월하지 않다. 가지를 딸 때 뜨거운 한낮에 하면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전에 일찍 수확하는 것이 좋다. 반면 수확 후 저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여름이 제철인 작물은 상품성과 함께 수확시기를 잘 잡는 것이 관건이다. 오이나 가지 수박처럼 까딱하다 수확 시기를 놓치면 먹을 수도 팔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해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기온상승이나 장마 등 기상 변화로 주요 노지채소와 시설채소의 생육과 공급(가격) 특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 농정당국이 여름이면 주요 채소류에 대해 수급 관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타 과채류보다 노화 속도가 빠르고 환경조건에 민감하면서도 적응력이 약한 오이는 비교적 시원한 온도인 22~28℃에서 잘 자라며, 수확이 계속되는 특성상 일조가 부족하면 과실 생육이 늦어지고 기형과 발생이 증가하는 등 품질과 수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일조량이 부족한 장마철에는 출하량이 감소하며, 이후 더운 날씨가 이어져도 출하량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주로 하우스 시설에서 재배되는 상추·깻잎·시금치는 비가 오는 경우라도 작업에 어려움은 없지만, 깻잎의 경우 다른 채소보다 일조량에 민감해 비나 구름에 따라 일조량이 감소하면 생육이 지연돼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 “삼겹살에 깻잎을 싸서 먹는다”라는 말이 나오는 때다.

이 외에도 박과 채소 중 저온성 작물로 낮 온도 23~25℃ 수준에서 잘 자라는 애호박의 경우 약한 빛에 견디는 힘은 강한 편이나, 일조가 부족하면 생장과 착과가 억제되고 낙과가 많이 발생하는 등 출하량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장마 기간에 출하량이 줄어들다가 장마 이후 맑은 날이 지속하면 출하량이 회복되는데, 이때는 가격이 낮기 마련이다.

수박 속 알기가 어렵듯 작물의 수확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인 것 같다.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품목별로 ‘개화 후 며칠’이라고 배우지 않았는가.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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