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6시 30분께 목포시 상동 평화광장 앞바다(남항)로부터 3㎞ 떨어진 바다. 해가 저물며 온 바다에 어둠이 내리자, 쨍한 조명을 주렁주렁 단 ‘갈치 낚싯배’에서는 “와” 하는 웃음소리가 새벽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이곳 남항 앞바다에서는 올해 갈치 금어기(7월)가 해제된 데 따라 전날부터 낚싯배들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광장 갈치낚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기후변화 등으로 전남 해역에 고수온 현상이 이어져 어가와 양식장들이 비상이 걸렸지만, 고수온을 잘 견디는 갈치 잡이 행사가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좌우로 9개의 낚시대를 늘어뜨린 7.93ｔ 어선을 타고 평화광장에서 5분 간 배를 타고 갈치 어장에 가 보니, 벌써 인근에 10여 척의 배에 사람들이 줄지어 타고 갈치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시민들은 각 어선에 나눠 타고 어장을 찾아가 낚싯줄에 집어등, 케미라이트, 미끼, 바늘, 찌를 달고 연신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웠다.

어선에 올라 직접 낚싯대를 드리워 보니,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낚싯대에 말린 꽁치를 미끼로 달고 바다로 던지기가 무섭게 1분여 만에 한 마리씩 입질이 왔다. 갈치가 먹이를 단단히 물 때까지 기다리다 천천히 줄을 감아 올리면, 힘을 들이지 않아도 수면 위로 은빛 갈치가 쑥쑥 올라왔다. 이날 이 배에 탄 낚시객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4시간여 동안 150여 마리가 넘는 갈치를 잡아 올렸다.

목포 인근 해역에는 최근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오히려 갈치 낚시객들은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갈치는 수온이 높아도 잘 잡힌다는 것이 선장의 말이다.

김상권(66) 은수호 선장은 “갈치는 수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입질을 잘 안 하는데, 폭염과 고수온이 이어지는 중에도 갈치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잡히고 있다”며 “지금처럼 날이 좋으면 초보자들이라도 40마리 안팎, 숙련자는 100여 마리씩 잡을 수 있다. 비 오고 바람이 조금 불면 갈치가 먹이질을 왕성하게 해서 더 잘 잡힌다”고 말했다.

김 선장에 따르면 목포는 파고가 높지 않고, 가두리 양식처럼 좁은 구역에 갈치가 모여 있어 초보자들이 쉽고 안전하게 낚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8월 말부터 9월 초 시기는 2지 반(손가락 두 개 반 굵기)에서 3지 정도 크기 갈치들이 많이 올라와 초보자들이 잡기에 적기라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이곳에는 지난 23~24일 주말에도 하루 평균 15척 10팀씩 갈치 낚시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현장에는 경험 많은 낚시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갈치 낚시가 시작되면 매일 찾는다는 낚시 2년차 박아현(여·30·광주시 북구 신안동)씨는 “폭염이지만 해가 진 후 낚시를 하니 더운 줄도 모른다. 첫 날에도 새벽 3시까지 혼자 100마리 이상 잡았다. 낚는 손맛이 짜릿하다”며 “단순히 낚싯줄을 던져 올리는 게 아니라 미끼를 거는 것부터 챔질 타이밍까지 감각이 필요하다. 낚시를 하다 보면 바쁜 일상에서 해방되고 잡념을 떨치고 낚시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편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선상 낚시를 하며 평화광장 야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소로 꼽힌다. 방학이라 가족단위 손님도 많이 찾는다.

목포 갈치 낚시를 8년째 즐기고 있다는 심모(42)씨는 “이대로라면 9월 중순만해도 4지 크기 갈치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초보자들을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하는 모습을 볼 때 좋다”고 말했다. 심씨는 또 “낚시꾼들을 위해 화장실이나 배 위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두면 좋겠다. 부대시설이 좀 더 마련되고 여수처럼 이벤트도 추가된다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영업자들과 갈치 낚싯배들이 협력해서 낚시꾼들 상대로 갈치 요리 가격을 낮춰 받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라며 행사 발전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목포시는 지난 21일부터 목포시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평화광장 갈치낚시 행사’를 시작했다. 행사는 오는 12월 10일까지 이어지며, 목포시 내 신고된 어선 중 참여를 신청해 목포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한시적 허가를 받은 어선(28척)을 타고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목포 북항에서도 지난 1일부터 갈치낚시가 시작됐다.

지난해(8월 21일~12월 10일) 목포에서는 누적 756척이 출항해 7253명이 갈치 낚시를 즐겼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