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2025년 12월 18일(목) 18:20
백상옥 작가 ‘유쾌하게, 그리고 씁쓸하게’전
19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예술공간 집

‘침묵의 부표’

‘collector’
백상옥 작가는 오랫동안 ‘신발을 쓴 얼굴’을 모티브로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일궈왔다. 익명성과 은유적 상황이 교차되는 지점을 이색적인 조형 언어로 구현해왔다.

백 작가가 이번에는 ‘유쾌하게, 그리고 씁쓸하게’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19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예술공간 집.

그의 작품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부지불식간에 마주하는 장면을 초점화한다. 현대인들은 뜻하지 않은 아이러니컬한 상황과 마주하는데 그것은 삶의 우연이라는 측면과 맞닿아 있다. 의도하지 않은 장면과의 조우는 때로는 유머스럽고 때로는 씁쓸함을 안겨준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는 그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인물들을 자유롭게 내던져준다는 것이다.

‘침묵의 부표’는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담았다. 침묵 속에 각자의 방향을 바라보는 인물들은 마치 물위에 뜬 부표처럼 어떠한 공유점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손위에 올려진 안전표지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어떤 바람 같기도 하다.

‘collector’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하는 인물을 형상화했다. 일명 이야기 수집가. 현대인들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앞으로 이야기를 수집하는 인물이 새로운 직업군에 포함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백 작가는 “나는 부유하는 수많은 생각과 사회 속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적당한 틀’에 담아보려 했다”며 “그 틀은 완전하지 않다. 오히려 느슨하고 흔들리며 유동적이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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