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드림’ 찾아 왔건만…짓밟힌 인권 ‘코리아 악몽’
2025년 07월 24일(목) 20:40
‘나주 벽돌공장 괴롭힘’ 계기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례 살펴보니
지난 4월 영암 돼지농가서 6개월 착취 당한 네팔 노동자 극단적 선택
강제노동·폭행·임금체불 되풀이…‘염전 주 7일 근무’ 구인공고 논란도
외국인 노동자들 고통에도 임시방편 대책만…실질적 대책 마련 시급

지난 15일 나주시 반남면 한 벽돌 공장에서 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를 비닐로 묶어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등 괴롭히는 영상이 공개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최근 나주시 반남면 벽돌공장 외국인 노동자 괴롭힘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남 지역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과 착취, 인권 침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이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나주시 외국인노동자 집단괴롭힘 사건을 언급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 인권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나주시 반남면의 한 벽돌공장에서는 지게차 작업자가 스리랑카 외국인 노동자 A(31)씨를 벽돌더미에 묶어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등 괴롭힘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완도의 한 다시마 양식장에서 일하던 방글라데시 국적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일을 못하고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사업주와 군청에 의해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해졌다. 지난 4월 영암의 한 돼지 농가에서는 네팔 국적 노동자가 6개월 넘는 고용주의 폭력과 임금체불 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8월에는 전남의 한 군 지역에서 결혼이주배경 여성 가족 초청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딸기밭에서 근무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썼다가 벌목, 어업, 하우스 등 다른 사업장에만 투입되다 임금 체불을 당했다.

지난해 1월 해남군에서는 한국인 브로커가 필리핀 지자체와 MOU를 맺고 한국을 찾은 필리핀 국적 외국인 노동자 2명의 여권·통장을 압수하고 연대보증 요구하고 계약 외 강제노동 등을 강요하는 등 인신매매 피해가 확인돼 국가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됐다.

지난 2023년에는 필리핀 국적 계절 근로자 5명이 완도군 금일읍의 한 어가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하다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떼이고, 폭언과 폭행을 당해 주한필리핀대사관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속칭 ‘염전 노예’ 문제가 발생했던 신안군에 계절근로자가 배치되면서 논란이 한 차례 더 일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이 신안 태평염전 소금에 대한 수출 인도보류명령을 내리고 외국인 노동 환경에 대한 경고를 내리면서 외국인 노동자 착취 논란이 거세졌다.

지난해 1월에는 신안군 암태면에 있는 염전에서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염두에 두고 ‘주 7일 근무, 월급 202만원 이상’ 조건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한다는 구인공고가 올라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전남도는 지난 4월 ‘외국인 근로자 노동인권 보호 종합대책’까지 내놓았음에도 인권 침해 사고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전남도는 당시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5개 핵심 분야에 따른 17개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사회적 고립 해소, 고용주 및 근로자 인식 개선, 노동인권 실태조사, 사회안전망 구축, 지역사회 기반 일상회복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실태 조사 등 실제로 개선 및 실천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지역은 외국인 노동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인권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노동자(E-2, 3, 6, 7, 8, 9, 10, H-2) 수는 2020년 1만7797명, 2021년 1만7057명, 2022년 2만1215명, 2023년 2만6426명, 2024년 2만9756명, 2025년 3월 3만322명으로 집계됐다. 노동단체는 미등록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용된 외국인 노동자 관련 진정 건수는 총 6건(2020년 1건, 2021년 2건, 2023년 1건, 2024년 2건)에 그쳤다.

인권단체 등은 외국인 노동자들 가까이에 인권침해를 신고하고 도움을 받을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진정 제기, 신고율 등이 저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신고를 하게 되면 행정당국의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일을 못 하게 되거나, 사업장에서 쫓겨나는 등 피해를 입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피해를 감내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위험의 이주화’ 중단,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노동허가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인권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제도는 바뀌지 않고 전남도, 정부는 임시방편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노동부는 농공단지 및 계절 외국인노동자들을 포함해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대책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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