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플-제주 휴양림 명소] 마음의 짐 벗는 숲으로 간다
2025년 07월 16일(수) 20:40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한라산 중산간 동부에 위치한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붉은 화산송이와 오름지형이 어우러져 제주 자연의 원형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자료제공>

한낮의 열기를 피해 조용한 숲으로 향해본다.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잎사귀 위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발끝에 닿는 흙의 촉감, 코끝을 스치는 나무 향, 귓가에 울리는 바람 소리. 이 모든 것이 여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싱그러운 햇살이 파도와 부딪치는 바다도 좋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산의 여름도 참 좋다. 숲의 그늘 아래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휴양림 명소들을 소개한다.

절물휴양림 ‘삼울길’
[절물자연휴양림] 해발 600m 삼나무 향 따라 걷는 길

녹색 아치 사이로 마음까지 맑아지네

제주시 봉개동 해발 600m. 한여름의 무더위도 이곳에서는 숨을 고른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삼나무 숲에 스며들며 사라진다.

제주시가지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절물자연휴양림은 삼나무로 가득한 그늘 아래서 ‘쉼’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되묻는 공간이다.

절물휴양림이 품은 삼나무는 평균 수령이 40년을 넘는다. 곧게 뻗은 삼나무들이 만든 녹색 아치 사이를 걷다 보면, 숨소리마저 가볍게 느껴진다.

1997년 개장 이래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곳은 제주도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자연 속 힐링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여름엔 평균 기온이 도심보다 4~5도 낮아 더위를 피해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휴양림 중앙을 관통하는 1.5㎞의 산책로는 누구나 걷기 좋을 만큼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걷는 가족, 운동화를 신고 천천히 숨을 고르는 중장년층, 혼자 묵묵히 걷는 여행자까지 누구에게나 열린 길이다.

길 위에는 ‘절물’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샘물이 솟는다. 이 물을 마시기 위해 일부러 물병을 들고 찾는 이들도 있다. 휴양림 내부에는 숲속의 집, 야영장, 산림문화휴양관 등 숙박 시설도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숲 해설 프로그램과 자연학습장, 산림치유 콘텐츠도 꾸준히 운영돼 ‘놀면서 배우는 숲 교육’ 공간으로도 주목받는다. 인근에는 절물 유배유적도 있어,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교래자연휴양림 ‘큰지그리오름’
[교래자연휴양림] 수령 50년 넘은 곰솔·삼나무 빽빽

공기 사이로 퍼지는 나무향에 힐링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 중턱에 자리한 교래자연휴양림은 ‘조용한 숲’ 그 자체다. 해발 650m 고지에 위치한 이 숲은 수령 50년이 넘은 곰솔과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외부와 차단된 듯한 깊은 고요함을 품는다.

휴양림에 들어서면 맨 먼저 느껴지는 것은 나무 냄새다. 습한 공기 사이로 퍼지는 나무껍질 향이 폐 깊숙이 스며든다.

제주에서 보기 드문 자연 소나무 군락지이자 숲과 숲 사이로 난 오솔길과 잔잔한 새소리, 흙길의 푹신한 감촉이 오감을 일깨운다. 타 휴양림에 비해 조용한 편이지만, 그래서 더 찾는 이들이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숲속의 집’과 산책로를 즐긴다. 길지 않은 거리의 ‘데크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부담 없이 지나갈 수 있어 전 세대가 함께 휴식을 즐기기 좋다.

특히 여름철에도 서늘한 기운이 돌아, 텐트를 치거나 바비큐를 즐기는 도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목할 점은 인근에 제주돌문화공원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차량으로 5분이면 닿는 거리. 휴양림에서 자연을 만끽한 후에는 돌문화공원에서 제주의 역사와 민속을 배우며 하루 일정을 알차게 채울 수 있다. 휴양과 체험이 연결되는 동선이다.

무엇보다 교래휴양림은 상업적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롯이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느낌, 그 자체가 이곳의 매력이다. 관광지보다 조용한 곳을 찾는 이들이라면, 교래의 숲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산책로
[서귀포자연휴양림]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자생식물 조화

사람 손길 닿지 않은 그대로의 ‘숲’

서귀포시 대포동 곶자왈 숲이 뻗은 곳에 자리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제주에서 가장 ‘치유의 기운’이 짙은 숲으로 꼽힌다.

울창한 상록활엽수림과 자생식물들이 어우러져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을 걷는 발걸음은 절로 느려진다. 바닥을 덮은 이끼와 족히 수백 년은 됐을 법한 나무들이 발길을 붙든다. 한라산 서쪽 곶자왈 지대 특유의 다층적 생태환경 덕분에, 나무와 풀, 이끼와 곤충까지 다양한 생명들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한 숲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태의 보고다.

휴양림 내부에는 자연휴양림으로는 드물게 ‘치유의 숲길’이 따로 마련돼 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걷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스트레스 지수를 줄이고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코스로 구성돼 있어, 특히 중·장년층과 고령층 방문객들의 호응이 크다. 여름철 산림치유 캠프도 매년 운영된다.

숙박시설로는 숲속의 집과 힐링센터,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고,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동선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주차장도 넓고 접근성이 좋다 보니 주말이면 서귀포 지역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붐빈다.

제주의 숲이 주는 진짜 선물은 풍경이 아니라 ‘호흡’일지도 모른다. 걷고, 숨 쉬고, 들으며 숲과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 서귀포자연휴양림은 그 시간을 위한 가장 조용하고 깊은 숲이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 ‘해맞이 숲길’
[붉은오름자연휴양림] 한라산 용암이 만들어낸 지형 독특

제주 자연 원형의 아름다움 고스란히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한라산 중산간 동부에 위치한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이름부터 특별하다. 붉은 화산송이와 오름지형이 어우러진 이곳은 제주 자연의 원형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붉은오름’이라는 이름은 오름을 덮은 붉은 화산암에서 유래했다. 휴양림 주변은 한라산 용암이 만들어낸 특유의 지형으로, 흙빛과 나무빛, 하늘빛이 대조를 이루며 색다른 경관을 만들어낸다. 평범한 산림이 아니라, 지질과 생태가 살아 숨 쉬는 야외 교과서 같은 숲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한라산 동부권 오름 탐방의 거점이라는 점이다. 식산봉, 따라비오름, 백약이오름, 물찻오름 등 인기 오름들이 인접해 있어 탐방객들은 숙박과 트레킹을 병행하기 좋다. 여름에도 평균기온이 낮아 ‘고산지대 캠핑’ 명소로도 꼽힌다.

숙박은 숲속의 집, 야영장, 산림휴양관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변의 목장지대와 곶자왈 숲길은 자전거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최근엔 생태 해설사와 함께하는 지질체험 프로그램도 시범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붉은오름은 상업적 시설이 거의 없어, ‘제주의 자연을 가장 덜 가공한 방식’으로 마주할 수 있는 휴양림이다. 관광객보다도 사진작가, 생태학도, 탐방객들이 더 많이 찾는 이유다.

숲과 오름, 붉은 흙과 안개가 공존하는 이곳은, 제주라는 섬이 품은 원형적 아름다움을 여름 한가운데서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제주일보 조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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