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와 전쟁 중인데…농산물 수입 확대에 농심 분통
2025년 07월 16일(수) 20:55 가가
장성 사과농가 80곳서 갈반병…해남·신안선 고추 탄저병 피해
벼멸구·애멸구 개체수 확산 시름…전농 “수입 확대 중단 ”촉구
벼멸구·애멸구 개체수 확산 시름…전농 “수입 확대 중단 ”촉구
이상 기후로 사과, 고추, 벼 등 병충해가 부쩍 늘면서 방제에 비상이 걸린 농민들이 미국산 농산물 시장 개방을 검토하는 정부 입장이 전해지면서 “울화통 터지기 일보직전”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1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 지역에서 사과 갈색무늬병(갈반병), 고추 탄저병 등 전염병이 돌고 벼멸구·애멸구 개체수가 지난해 보다 늘면서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찾은 장성군 북하면의 한 사과밭에서 만난 농민들은 “갈반병이 퍼지고 있는데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비에 방제작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고향인 장성으로 귀농, 5년 전 사과농사를 시작했다는 김삼영(65)씨는 “이미 때아닌 무더위로 햇볕데임(일소)피해를 입은 상황인데 여기에 갈반병까지 생기니 착잡하다”며 “표피가 상해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습한 날씨가 이어지니 상해버린 곳에 벌레들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이 됐다. 이제 탄저병이 올 시기도 됐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니 농약 치는 타이밍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갈반병은 사과 잎에 원형의 흑갈색 반점이 확대되다가 2~3주 후에 황색으로 변하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사과는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 원인이 다양해 친환경 재배가 어려운 작물에 속한다.
갈반병은 빗방울에 섞인 포자에 의해 퍼지며, 잎을 떨어뜨려 사과의 당도·크기 저하를 초래한다.
사과 1알이 잘 자라기 위해선 최소 50장 이상 잎이 필요한데, 병든 잎이 낙엽되며 광합성이 부족해 수확량과 동시에 사과의 품질이 떨어져 값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비가 그치고 나면 탄저병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는 터라 농민들은 긴장을 늦출 새가 없는 실정이었다.
서남해안 고추 농가에는 이미 탄저병이 곳곳에 발생했다.
전남농업기술원도 해남, 신안 2곳의 고추 농가에서 발생한 탄저병을 확인한 상태다.
해남군 황산면에서 13년째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수열(57)씨는 “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농가 중 20%의 작물은 이미 무르고 터져있는 상태다. 이게 감염이 돼도 당장은 티가 나지 않다가 고추를 말릴 때 건조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썩어 문들어지는 상황이라 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탄저병이 오면 고추농사는 끝나는 거다. 미리 예방해야하는데 박자를 놓쳐버리면 치료 약제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모두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에서는 해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부터 실시한 멸구류 발생 조사 결과,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애멸구·흰등멸구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애멸구는 국내에서 월동하거나 5~6월 중국에서 유입되며, 흰등멸구는 6~7월 중국 남부에서 기류를 타고 유입되는 해충으로, 모두 벼의 생육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흡즙성 해충이다.
현재는 발생 초기 단계이나, 방제가 늦어 밀도가 높아질 경우 벼 이삭과 줄기에서 즙액을 흡수해 생육 저해 및 수량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오는 21일부터 서남해안 4개 도 20개 시군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윤병구 광주전남쌀생산자협회장은 “벌써부터 흰애멸구가 성행하고 있는 게 보인다. 미리 방제하지 않으면 성충들이 또 알을 까 벼 생육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방제작업에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병·해충 확산에 고민이 큰데 정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이날 오후 1시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연맹은 “이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선언으로 이해되며, 만약 현실화되면 이미 개방된 미국산 쌀 4만t에서 배 이상 수입 확대될 것”이라며 “지금도 정부는 TRQ(저율관세할당)수입남발로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고 있어 농촌은 농업파괴로 소멸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오는 18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농산물 시장 개방 반대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16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 지역에서 사과 갈색무늬병(갈반병), 고추 탄저병 등 전염병이 돌고 벼멸구·애멸구 개체수가 지난해 보다 늘면서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향인 장성으로 귀농, 5년 전 사과농사를 시작했다는 김삼영(65)씨는 “이미 때아닌 무더위로 햇볕데임(일소)피해를 입은 상황인데 여기에 갈반병까지 생기니 착잡하다”며 “표피가 상해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습한 날씨가 이어지니 상해버린 곳에 벌레들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이 됐다. 이제 탄저병이 올 시기도 됐는데 비가 오락가락 하니 농약 치는 타이밍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과 1알이 잘 자라기 위해선 최소 50장 이상 잎이 필요한데, 병든 잎이 낙엽되며 광합성이 부족해 수확량과 동시에 사과의 품질이 떨어져 값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비가 그치고 나면 탄저병이 확산될 우려가 커지는 터라 농민들은 긴장을 늦출 새가 없는 실정이었다.
서남해안 고추 농가에는 이미 탄저병이 곳곳에 발생했다.
전남농업기술원도 해남, 신안 2곳의 고추 농가에서 발생한 탄저병을 확인한 상태다.
해남군 황산면에서 13년째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수열(57)씨는 “마을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농가 중 20%의 작물은 이미 무르고 터져있는 상태다. 이게 감염이 돼도 당장은 티가 나지 않다가 고추를 말릴 때 건조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썩어 문들어지는 상황이라 더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탄저병이 오면 고추농사는 끝나는 거다. 미리 예방해야하는데 박자를 놓쳐버리면 치료 약제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모두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에서는 해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부터 실시한 멸구류 발생 조사 결과,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애멸구·흰등멸구 개체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애멸구는 국내에서 월동하거나 5~6월 중국에서 유입되며, 흰등멸구는 6~7월 중국 남부에서 기류를 타고 유입되는 해충으로, 모두 벼의 생육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흡즙성 해충이다.
현재는 발생 초기 단계이나, 방제가 늦어 밀도가 높아질 경우 벼 이삭과 줄기에서 즙액을 흡수해 생육 저해 및 수량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오는 21일부터 서남해안 4개 도 20개 시군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윤병구 광주전남쌀생산자협회장은 “벌써부터 흰애멸구가 성행하고 있는 게 보인다. 미리 방제하지 않으면 성충들이 또 알을 까 벼 생육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방제작업에 투입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병·해충 확산에 고민이 큰데 정부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암시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이날 오후 1시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연맹은 “이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선언으로 이해되며, 만약 현실화되면 이미 개방된 미국산 쌀 4만t에서 배 이상 수입 확대될 것”이라며 “지금도 정부는 TRQ(저율관세할당)수입남발로 국내산 농산물 가격을 후려치고 있어 농촌은 농업파괴로 소멸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은 오는 18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농산물 시장 개방 반대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