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의한 옥살이
2025년 07월 25일(금) 00:20 가가
황광우 작가
우리의 벗, 조국이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여름 징역인데 이 폭염을 어찌 견디는지 모르겠다.
‘어머님! 풀 한 포기 없는 감옥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있습니다. 붉은 돌담은 화로처럼 달아오르고, 방 속의 똥통은 끓습니다. 밤이면 빈대, 벼룩이 살을 뜯습니다’
지금 여름 징역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 청년은 ‘상록수’의 저자 심훈이다. 경기고를 다니던 중 심훈은 3·1운동에 가담한 죄로 서대문구치소에 투옥되었다. 옥고를 치른 분이었기에 그의 기도는 남달랐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그후 100년이 지났다. 2019년 7월 어느 날, 코페르니쿠스처럼 위대한 발견이나 한 양, 대한민국은 ‘거짓말의 나라’라고 떠들고 다니는 한 지식인이 나타났다.
“일본이 토지를 수탈했다구요? 그런 사실 없어요. 일본이 쌀을 강탈했다구요? 무슨 그런 거짓말을 하세요? 일본이 위안부의 성을 착취했다구요? 여성의 현명한 선택을 왜 그렇게 폄하하세요?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구요? 증거가 있나요?”
지식인의 이름은 이영훈이다. 알고 보니 이영훈은 극우의 대변인이었다. 그가 쓴 ‘반일 종족주의’는 읽기가 참 괴로웠다. ‘거짓말과 사기가 난무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니! 정치계가 거짓말의 난장판이고, 학계가 거짓말의 제조공장이며, 사법부마저 거짓말의 온상이란다. 나는 이씨가 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지 의아했다. 왜 한글로 글을 쓰고 왜 국어로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때 이영훈을 단죄하고 나선 이가 조국이었다. 성 착취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영훈을 향해 조국은 ‘매국 친일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조선·2019.8.5) 정의 앞에서 좌고우면하지 않은 이가 조국이었다. 겁이 없는 지식인이었다.
한 달 후였다. 2019년 9월 9일, 장관 취임식을 가진 그날부터 조국은 윤석열의 먹잇감이 되었다. 극우들이 성경처럼 읽는 책을 ‘구역질난다’고 했으니 그는 필시 ‘불경죄’를 범한 것이다. 한술 더 떠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니 ‘축생인 주제에 무엄하게도 검찰을 모독한 죄’를 범한 것이었으리라.
9월 10일, 검찰은 동생 집을 가택수색했다. 9월 23일, 마침내 조국의 집을 덮쳤다. 17시간 털었다. 딸의 일기장까지 털었다. ‘지딴것이 머시라고 건방지게 검찰 해체를 획책한 죄’를 저지른 대가였다. 10월 3일, 부인이 소환당했다. 조카가 구속되었다. 동생이 구속되었다. 일가가 날아갔다.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멸문지화’, 이 모든 일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해마다 아테네 청년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있었다. 황소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 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한 사나이가 미궁에 뛰어들었다. 테세우스이다. 검찰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투쟁에 나선 조국을 설명하는 이야기로서 테세우스 신화는 제격이다.
윤석열은 미노타우로스였다.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희생당하는 것쯤은 괜찮다. 하지만 나로 인하여 형제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다. 괴물은 조국의 딸을 난도질하였다.
마침내 괴물을 퇴치했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미궁을 빠져나오지 못하다 연인 아리아드네가 준 실을 따라 미궁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조국의 생환을 도와줄 우리 시대의 아리아드네는 없는가?
노회찬의 유세장에서 함께 악수하던 조국, 빙그레 웃던 그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그립다. 노회찬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마석의 공동묘지에 달려왔던 조국이 올해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님! 풀 한 포기 없는 감옥에 뙤약볕이 내리쪼이고 있습니다. 붉은 돌담은 화로처럼 달아오르고, 방 속의 똥통은 끓습니다. 밤이면 빈대, 벼룩이 살을 뜯습니다’
그후 100년이 지났다. 2019년 7월 어느 날, 코페르니쿠스처럼 위대한 발견이나 한 양, 대한민국은 ‘거짓말의 나라’라고 떠들고 다니는 한 지식인이 나타났다.
이때 이영훈을 단죄하고 나선 이가 조국이었다. 성 착취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영훈을 향해 조국은 ‘매국 친일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조선·2019.8.5) 정의 앞에서 좌고우면하지 않은 이가 조국이었다. 겁이 없는 지식인이었다.
한 달 후였다. 2019년 9월 9일, 장관 취임식을 가진 그날부터 조국은 윤석열의 먹잇감이 되었다. 극우들이 성경처럼 읽는 책을 ‘구역질난다’고 했으니 그는 필시 ‘불경죄’를 범한 것이다. 한술 더 떠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니 ‘축생인 주제에 무엄하게도 검찰을 모독한 죄’를 범한 것이었으리라.
9월 10일, 검찰은 동생 집을 가택수색했다. 9월 23일, 마침내 조국의 집을 덮쳤다. 17시간 털었다. 딸의 일기장까지 털었다. ‘지딴것이 머시라고 건방지게 검찰 해체를 획책한 죄’를 저지른 대가였다. 10월 3일, 부인이 소환당했다. 조카가 구속되었다. 동생이 구속되었다. 일가가 날아갔다.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멸문지화’, 이 모든 일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해마다 아테네 청년들을 잡아먹는 괴물이 있었다. 황소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 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한 사나이가 미궁에 뛰어들었다. 테세우스이다. 검찰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투쟁에 나선 조국을 설명하는 이야기로서 테세우스 신화는 제격이다.
윤석열은 미노타우로스였다.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희생당하는 것쯤은 괜찮다. 하지만 나로 인하여 형제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다. 괴물은 조국의 딸을 난도질하였다.
마침내 괴물을 퇴치했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미궁을 빠져나오지 못하다 연인 아리아드네가 준 실을 따라 미궁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조국의 생환을 도와줄 우리 시대의 아리아드네는 없는가?
노회찬의 유세장에서 함께 악수하던 조국, 빙그레 웃던 그의 순진무구한 모습이 그립다. 노회찬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마석의 공동묘지에 달려왔던 조국이 올해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