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폭염’ 뜨거워지는 바다…우럭 25만 마리 ‘눈물의 방류’
2025년 07월 24일(목) 19:50
해수부, 전남 해역 어류 집단 폐사 최소화…여수서 올해 첫 조치
해수면 온도 30도 육박…숭어·넙치 등 양식 어가 고민도 깊어져

여수시는 지난 23일 여름철 고수온과 적조로 인한 양식 어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정면 해역에서 조피볼락 치어 13만 미를 긴급 방류했다.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괴물 폭염’으로 연일 뜨거워지고 있는 전남 해역에서 어류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한 올해 첫 긴급 방류 조치가 내려졌다.

전남해역에 지난해보다 보름 가량 빨리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짐에 따라 양식어가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4개월여 키운 어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24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여수시 화정면의 양식어가 4곳에서 기르던 조피볼락(우럭) 25만7000마리를 바다에 방류했다.

올해 국내 첫 긴급 방류다. 특히 최근 5년 내 전남의 유일한 긴급 방류로 그만큼 올해 폭염에 대한 양식어가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 모양새다.

긴급 방류는 고수온으로 바다 속 산소가 감소함에 따라 해상 양식장에서 기르던 어류 일부를 바다로 내보내 나머지 어류들의 원활한 호흡을 위한 조치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양식장 내 집단 폐사 가능이 커지자 지난 7일부터 수요조사를 실시, 여수 돌산읍과 화정면 등 8개 어가로부터 조피볼락 61만 마리에 대해 방류 신청을 받았다. 해수부는 지난 23일부터 수산생물 전염병 검사를 마친 어류를 대상으로 방류를 시작했다. 여수 뿐만 아니라 고흥, 신안 등 총 17개 어가, 133만 마리가 긴급 방류 대상이다.

조피볼락은 고수온에 취약한 대표 어종으로 꼽힌다. 수온이 28도에 달하면 폐사 가능성이 커지는 어종으로, 가장 많은 고수온 피해 어종이기도 하다.

최근 3년간 고수온 피해를 입은 조피볼락은 3년간 2300만 마리에 달한 것으로 전남도는 집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85만 마리, 2023년 990만 마리, 2024년엔 1288만 마리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도의 고수온 피해량은 2582만 마리로, 조피볼락은 50.12%를 차지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올해 고수온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함평만과 신안 임자도~효지도 등 서해안과 도암·득량·여자·가막만, 울돌목(해남), 임회(진도), 고흥 거금도~여수 남면 안도 등 전남 연안에는 전년보다 15일 빠른 지난 7일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로 매일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온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남 해수면 온도는 최고 30도에 육박하고 있다. 서해 함평만은 24일 최고 기온 30.6도를 기록했다. 평균 온도는 28.9도로 전일보다 0.7도, 전년보다 0.8도, 평년보다는 무려 1.9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득량만은 평균 28.4도, 여자만은 평균 28.3도로 두 해역 모두 전일보다 상승했고, 지난해보다는 각각 0.7도, 1.5도 상승한 수치다.

전남바다 온도가 평년 수준을 웃돌면서 양식 어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5년 간 단 한곳도 없었던 긴급 방류 신청 어가가 올해에만 지금까지 17개 어가에 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조피볼락 보상기준액은 1마리 당 600원으로 많지 않지만, 어가들은 집단 폐사로 모든 어류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긴급 방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피볼락 외에도 긴급 방류 대상 어종인 숭어, 볼락, 넙치 양식어가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수 화태면의 한 양식장 운영자는 “올해 긴급 방류 보상액이 지난해보다 5.5% 상승했지만, 그렇다고 4개월 간 키운 자식같은 어류를 바다에 내보내는 결심은 쉽지 않다”며 “특히 긴급 방류 보상을 받게되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어, 어가들도 어찌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방류한 어가에 대해서는 이후 어업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지원할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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