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전시로 만나는 트로트와 그 묘미
2025년 03월 20일(목) 18:35
ACC 오는 8월 24일까지 복합전시2관서 ‘애호가 편지’전
작품 14종, ACC아카이브, 오아시스레코드 보유 음반 등

ACC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트로트를 모티브로 한 전시 ‘애호가 편지’를 오는 8월 24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연다.

목포 출신 이난영은 일제강점기 ‘불멸의 가인(歌人)’으로 불렸다. ‘목포의 눈물’로 가요계 스타로 떠올랐던 그의 노래에는 항구, 삼학도, 유달산, 호남선 등과 같은 어휘가 등장한다. 애상의 목소리에 겹쳐지는 소외와 외로움의 정서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트로트의 힘이다.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트로트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요즘은 TV 채널을 돌리다보면 방영되는 트로트 프로를 쉽게 볼 수 있다. 트로트는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복고에 대한 해석의 즐거움을 준다.
빠키의 ‘딴따라-딴따’
트로트를 소재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직무대리 김상욱, ACC)은 오는 8월 24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연다.

‘애호가 편지’로 명명된 주제가 흥미롭다. 1900년대 초 팬레터를 뜻하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트로트가 유행하던 시절만 해도 가수들에게는 팬레터가 쏟아졌다.

김혜연 학예사는 “트로트는 언젠가부터 ‘뽕’이라는 단어로 각색돼 카테고리화 할 수 없는 취향과 정서를 통해 우리 고유의 미학을 드러냈다”며 “화려하지만 쓸쓸한 도시의 삶을 오랜 세월 함께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본연의 감성을 담은 장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나는 트로트적인 감성과 연계해 대중음악을 살펴본다.

전시 구성은 작품 14종, ACC아카이브 전시로 돼 있다. 작가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캐나다 등 5개국 13팀이 참여했다. 또한 전시는 키네틱 설치, 로봇 등 다양한 기술과 매체로 표현됐다.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트랜스로컬 댄스 마차’. 테크노 각설이의 작품으로 관람객이 원하는 트로트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자와 볼륨, 드럼, 배경 등을 조합하면 원하는 트로트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누구나 트로트 작곡자가 되는 기회를 얻는다는 데 묘미가 있다. 벽면에는 ‘하류지락지대본’(下流之樂之大本)이라는 글자가 걸려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패러디한 것으로 ‘하류(트로트, ‘B급문화’)의 즐거움이 가장 근본이다‘ 라는 의미다.

빠끼의 ‘딴따라 파티’는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어깨춤이 춰진다. 전시실은 80년~90년대 카바레 또는 콜라텍의 분위기가 감도는 감돈다. 작가는 트로트의 정서를 자신만의 기하학적 패턴과 리듬으로 구현해 현대 도시와 연결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불안, 외로움의 감정을 오브제아 악기를 활용해 시청각적을로 표현했다.

트로트를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3명으로 구성된 맹꽁이 서당의 ‘변 천사 별곡’은 트로트 장르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저마다의 음악적 색채를 더했다. 상투적인 방식을 따르면서도 주류음악을 비틀어 변형된 소리를 창출한다. 전시실은 시골의 어느 오래된 다방의 풍경을 재현한 듯한 착각을 준다.

오아시스레코드로 보는 다양한 자료들. 왼쪽부터 주현미, 남진, 나훈아 앨범.
트로트와 연계한 아카이브 전시도 관객을 맞는다. ‘ACC 아카이브: 아시아의 대중음악 컬렉션’은 ACC가 수집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의 대중음악 가운데 트로트와 유사한 감수성과 구조를 지닌 노래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최장 음반사인 오아시스레코드와 협업한 ‘오아시스레코드로 보는 트로트의 역사와 변천’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 것으로 보인다. 오아시스레코드가 보유한 트로트 음반, 관련 자료는 대스타 반열에 오른 트로트 가수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담고 있다. 남진, 나훈아, 김연자, 주현미 주현미, 김연자 등 의 음반 외에도 1970년대 심의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김상욱 직무대리는 “‘애호가 편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민의 애환과 흥을 달래준 트로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일상을 꾸려온 우리들에게 보내는 팬레터이기도 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트로트 이해는 물론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지난 시절의 감성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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