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보낸 시간-송기동 예향부장
2025년 02월 17일(월) 22:00
‘4당 5락’(四當五落). 아마도 대학 본고사가 치러지던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익숙한 표현일 것이다. 국어사전은 “하루 4시간만 잠자면서 공부하면 대학 입학에 성공하고, 5시간 이상 잠자면 대학 입학에 실패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정말로 누군가는 얼마나 의자에 앉아 공부를 했던지 엉덩이가 짓물렀다는 전설적인 얘기도 전해들었다. 대다수의 중년들도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 또한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1980년대 고교 교육과정은 오로지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학생의 잠재된 재능을 찾아보려는 시도 따위는 당초 기대할 수 조차 없었다. 공부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모든 학생들이 일률적인 교과과정에 끌려가야 했다. 동아리 활동을 위한 특별활동 시간 또한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시에 필요한 수업으로 대체됐다. 그러한 압박 속에서 입시에 목매인 학생들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험서를 거듭 들여다봐야 했다.

그렇다면 요즘 중·고교생들 사정은 어떠할까. 지금도 부모 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의 ‘2017~202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이 하루에 앉아서 보낸 시간(2023년 기준)은 주중 11.02시간, 주말 9.21시간으로 나타났다. 학습 목적의 앉아있는 시간이 줄고 학습이외 목적의 앉아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청소년의 여가시간마저 좌식화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동일한 자료를 활용한 ‘학교기반의 청소년 비만예방정책 개선방향 연구’를 통해 청소년 신체활동 활성화 정책개선 단·장기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제 청소년들을 책·걸상에 잡아 앉히는 교육정책을 과감히 바꾸는 것은 무리일까. 학교수업을 마치고도 밤늦게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학생들의 하루는 중년들의 학창시절보다 더욱 가혹하기만 하다. 학생들을 ‘책상머리’에서 벗어나게 하라. 천편일률적인 청소년들로 만들지 말자.

책·걸상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땀 흘리며 운동하고,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청소년들의 빛나는 얼굴을 보고 싶다.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