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래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경제약자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든든한 후원자 되겠다”
2024년 08월 18일(일) 18:55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취임 직후 중기지원기관협의회 구성해 종합지원 체계 구축
광주·전남 기업들 국내시장 안주 말고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야
국가가 정책·제도를 통해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보호·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현대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된 이후일 것이다. 특히 경제적 약자는 시장 논리대로 라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의 대상이 될 뿐이다. 대기업, 글로벌 기업 등이 살벌한 규모의 경쟁을 하는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자체 기술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관련 인재를 수급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야 하는 등 중소기업은 적은 인원과 작은 자본으로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경제적 약자들이 유지·발전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국민의 거의 모두가 여기에서 소득을 올려 삶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사업체수는 613만9899개, 종사자 수는 2521만7123명으로, 사업체의 매출액은 8771조9853억71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종업원이 1~4명인 사업체가 531만4251개(종사자 수 781만9192명), 5~99명의 사업체가 80만5140개(종사자 수 1109만9138명)으로, 사업체 수 전체의 99.6%, 종사자 수 전체의 75.0%를 차지한다. 100~299명의 사업체는 1만6033개(종사자 수 251만6824명), 300명 이상 사업체는 4475개(종사자 수 378만1969명) 등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5000억원 미만의 기업을 모두 포함하는데, 광주에 19만8000개(종사자 수 46만8000명), 전남에 28만3000개(60만8000명) 등 모두 48만1000개(109만4000명)다. 이는 전국(771만3895개, 1849만2,614명)의 6.2%(종사자 수 5.9%)에 해당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대기업이 극소수인 이 지역의 여건을 감안하면 이들 중소기업이 존속하면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광주일보는 광주·전남·제주의 소상공인,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의 성장을 돕고 든든히 후원하고 있는 조종래(56)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을 만났다.

1996년 2월 산업자원부의 외청으로 출발한 중소기업청은 지난 2017년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면서 위상을 높이며 지원 대상·예산·범위·정책·사업 등이 대폭 늘어났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중소기업 관련 기관·단체·대표 등과 매달 정기적인 간담회·세미나·현장 방문 등을 갖고, 미흡한 여건 속에서도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신이 10여년간 갈고 닦은 서예 실력을 발휘해 직접 신년 연하장을 만들어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표, 관련 기관·단체에 보낼 정도로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

이 연하장에 조 청장은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면 된다)’라고 썼다. 삼국지의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한 뒤 후퇴하면서 한 말로 알려져 있는데, 곤경에 처하더라도 방법을 찾으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광주·전남의 중소기업들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울텐데.

▲사실 광주·전남의 중소기업은 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다. 제조업 비중은 전국 대비 5.0%, 중기업 비중은 전국 대비 4.8%에 불과한데, 소상공인의 비중은 전국 대비 6.3%에 이른다. 대기업도 부족하고,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1차 벤더의 수도 적다. 인구 구성, 경제 규모 등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대표가 한숨을 쉬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 근무일과 맞춰 주4일 근무를 하는데, 일감은 더 줄어 라인 4개 가운데 2개가 쉬고 있었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비슷한데 수익률이 낮고 주문은 부족해 재고만 쌓이고 있었다. 직원 임금은 꼬박꼬박 줘야 하고,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희망도 찾기 어려워 난감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럴 때면 정말 어떻게 지원해야 할 지 고민이 커진다. 밑바닥 경제가 활력 있게 잘 돌아가줘야 하는데 안타깝다.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개선하는데 집중해왔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겪을 수 있는 불공정·불합리·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고민이다. 한정된 재원을 갖고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에 대해 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아니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해소, 거래 조건 불공정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창업, 성장,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라이프 사이클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일반 중소기업부터, 벤처·스타트업, 소상공인 등 3대 고객을 정책 대상으로 하면서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 최접점에서 정책 대상의 애로를 해소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불편한 부분을 살뜰히 챙기는 봉사기관의 역할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균형의 문제가 큰 것 같다.

▲현재로서는 그렇다. 인구, 자본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아무리 지원을 해도 지방의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제 자리를 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관련 정부 예산도 수도권에 더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지역별 쿼터를 주고 경쟁을 해서 더 가져가는 방식이었으나 칸막이를 없애면서 오히려 지역 몫이 줄어들었다. 공모를 한다고 해도 정보, 스킬 등에서 수도권 업체들이 앞서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흐름을 거스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정부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출 만기 연기, 배달·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보조 등 대책을 내놨는데, 일단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일시적인 처방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 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도 이제 지역 시장, 우리나라 시장만 보기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 바이어들도 만나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가진 기술과 상품으로 넓은 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전남도가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부임하자마자 중소기업 지원기관협의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시장 2곳, 기업 2곳을 정해두고 나가 여러 이야기들을 듣는데, 기관 한 곳이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무역협회 등 30개 지원기관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2023년 1월 30일 첫 모임을 가졌다. 매달 한 차례씩 지원정책협의회, 시장·기업·공장 등 현장 방문, 강연, 간담회 등을 하면서 지난해에만 70여건, 올 상반기 40여건의 규제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즉각 해소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처리하고, 정책적인 개선·지원이 필요한 것은 과제로 작성해 정부에 건의했다. 또 정책과 제도의 수요자인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표 등도 초청해 함께 간담회를 갖는 등 계속 모임이 발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협의회의 활동과 직원들의 면담 내용 등을 묶어 ‘중소기업경영 Q&A’라는 책을 만들어 1000여명에게 발송했다. 모든 직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었다.

-눈이 좀 피곤해 보인다.(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눈을 깜박이며 눈물을 흘렸다.)

▲안경을 쓰다가 근시와 원시가 심해져 2018년 렌즈 삽입술을 받았다. 인공눈물을 넣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낫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책을 좀 읽고 서예 공부를 하면서 눈이 무리를 한 모양이다.

-굉장한 학구파라고 들었다.(1987년 대학에 입학한 조 청장은 4학년인 1991년 행시 35회에 합격에 공직에 입문했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2004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뒤에 기업 회생과 관련해 공부를 하고 싶어 청주대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수업을 듣다가 좀 더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2년을 휴직한 뒤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논문 하나 하나를 읽다보니 재미도 생겼다. 논문은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을 주제로 했다.

-서예는 또 언제 배웠나.

▲10년 좀 넘었다. 건강을 지키면서 무언가에 집중해보자는 마음에 개인적으로 만보씩 걷고, 차를 마시고, 서예·그림을 그리자고 다짐했었다. 특히 서예는 배우면 배울수록 활동적으로 바뀌고 생각도 긍정적이 됐다. 개인적으로 지난 7월 10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인사동에서 개인전도 가졌다.(그의 호는 운재(芸齋)이며, 짧은 기간임에도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특선, 빛고을 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저 자신을 위해 서예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 지은 어록집인 ‘채근담’을 즐겨 읽는다. 시기적으로 어려울 때 용기를 주고 교훈을 주는 책이다. 거침없이 올라가다가도 힘없이 꺾이는 어려운 시기가 있는데, 그럴 때 희망의 끈을 꼭 붙잡아야 한다. 무너지는 것은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 남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지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들은 지역 경제의 중추이며,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지역 경제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중요한 행동이다. 이러한 소비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또 지역 행사와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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