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추석 민심-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9월 19일(화) 23:00
다음 주(28일)면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연휴는 임시공휴일과 개천절 등을 더하면 6일이나 된다는 점에서 역대 급이다. 10월 9일 한글날까지 포함해 그 사이 3일(10월4일~6일) 연차 등을 내면 최장 12일 동안의 연휴도 가능하다.

명절은 민심의 용광로다. 특히 추석 명절은 천만 명 이상의 귀성객들이 마주하고 있는 삶의 애환을 나누게 된다. 지역, 세대, 성별 등을 넘어 전국적으로 민심이 뒤섞여 두터운 여론의 흐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종의 ‘장터 효과’로 정치권이 추석 민심의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치러진다. 이번 추석 명절에 형성되는 민심이 22대 총선의 판도를 가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새해의 기대 심리가 반영되는 설 명절과는 달리 추석 명절은 정부와 정치권의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가 되기 때문이다. 길어진 연휴로 소통과 공감의 시간도 늘어나 이번에 형성되는 민심은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임계점 이른 민생 경제

추석 민심의 화두는 무엇보다 먹고사는 문제로 시작돼 정치로 귀결될 것이다. 갈수록 쉽지 않은 삶의 현실을 토로하고 정치권에 책임을 묻는 수순으로 담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민생의 위기는 임계점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가구 실질소득 하락폭은 신기록(-3.9%)을 세웠다. 세수는 지난 7월까지 43조원이 비고, 수출은 11개월째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함께 저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1%~1.4%대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치솟은 건 농산물·기름 값과 가계 빚이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105%)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섰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미국(74%), 일본(68%)을 앞질렀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계의 주름은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세수 펑크로 노인·장애인·아동 등 복지 사각지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적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수록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주목할 부분이다. 여기에 기업들의 고용도 크게 줄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에 하반기 대학 졸업자 신규 채용 계획을 물은 결과 10곳 중 6곳은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청년과 노년 세대는 물론 사회 전체가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둔 정치권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을 요구하며 19일 동안 단식을 이어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결국 건강 악화로 지난 18일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 검찰은 같은 날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은 총리 해임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민생을 내던진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맞서고 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건의안의 동시 표결이라는 초유의 상황도 전개된다. 만약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 이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여야의 사법리스크 공방은 민생의 실종을 불러오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미래에 대한 성찰을 통한 협치보다는 서로를 비난하며 생존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동력이 됐다. 사법리스크 이슈가 여권의 실정에 대한 방탄 역할을 했고, 정부 견제를 통해 대안 정당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제1야당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퇴행적 정치 심판하나

아직은 사법리스크 정국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여야의 정쟁에 대한 피로감은 정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60%대로 호감도보다 두 배가량 높은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이 전반적인 민심이다. 이런 점에서 종착지를 향하는 사법리스크 정국은 추석 연휴 기간 형성되는 민심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심의 절박감은 변화와 혁신을 넘어 창조적 파괴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정치권은 절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이번 추석 민심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퇴행적 정치판을 바꾸는 국민적 집단 지성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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