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13일 나흘간의 토론을 마무리했다.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 의원정수, 비례대표제 등을 놓고 백가쟁명식 의견을 쏟아냈다.

특히,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전원위 토론에서 선거제도 개편이 궁극적으로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지역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역구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중대선거구제, 대선거구제 도입 및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연동형 및 준연동형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우선 지역구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 조오섭(북구 갑) 의원은 광주 등 특별·광역시에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전남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경우, 광주는 두개의 선거구에서 각기 4명의 국회의원 선출하게 된다.

이병훈(동남 을), 이용빈(광산 갑) 의원은 특별·광역시에서의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정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순으로 당선되는 방식이다. 만약, 광주광역시에 대선거구제가 도입, 8석의 의석이 배정되고 민주당이 50%의 득표율을 얻는다면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 순으로 4명이 당선된다.

반면, 주철현(여수 갑), 민형배(광산 을), 신정훈(나주·화순)의원은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대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가 오히려 기존의 정치적 기득권을 강화, 현재의 거대 양당체제를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병철(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의원은 수도권과 광역시 이외 지역은 인구 기준에 예외를 두고 면적에 가중치를 두는 방향으로 선거제를 개편해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약간씩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대개 권역별 연동형 내지 준연동형제 도입을 주장했다.

전국을 6개 권역 또는 광역자치단체 단위인 17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수가 적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일부를 우선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을 지지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정당이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갖는 약점인 표의 등가성 및 비례성 왜곡을 비례대표제를 통해 메운다는 논리다. 또 지방에 가중치를 두면서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조오섭, 이용빈 의원은 권역별 연동형에 ‘석패율제’를 가미한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고 신정훈, 주철현 의원은 권역별 비례제에 인구 기준과 함께 선거구 면적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특히, 주 의원은 권역별 병립·개방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정당이 일정 기간 이상 지역에서 거주한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하고 선거구 기준 면적에 바다와 섬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 눈길을 끌었다.

소병철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의 기형적 분할 상황을 소개하며 ‘공직선거법’상의 ‘하나의 시 분할 금지’ 원칙 준수를 강조하며 순천시의 선거구 정상화를 강조했다.

또 민형배, 이용빈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 결정을 시민공론화위원회에 맡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선수(국회의원)가 룰을 정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송갑석(서구 갑) 의원은 선거제도 개편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보다 국민공론화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원위에서 제시된 각종 방안이 국회 정개특위의 국민공론화위원회로 이어져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 미래를 위한 선거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형배 의원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1:1 비율인 각 150석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전원위가 마무리됐지만 백가쟁명식 선거제도 개편 주장을 토대로 여야가 합의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전원위 논의는 참고 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결국 정개특위에서의 여야 논의를 통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선거제도 개편안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