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2021년 12월 15일(수) 00:15 가가
3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찾던 날, 미술서적이나 인터넷에서만 접했던 ‘문제작’을 마주했다. 고흐의 초기작으로 꼽히는 ‘감자먹는 사람들’(1885년 작)이었다. 하지만 난생 처음으로 ‘직관한’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솔직히 말하면 감동 보다는 무서움이 더 컸다.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본, 특유의 화사한 캔버스와 달리 지나치게 어두웠기 때문이다.
‘감자먹는 사람들’은 화면 왼쪽의 시계바늘이 7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저녁식사를 하는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주방의 식탁에 둘러 앉아 감자를 나눠 먹는 이들의 모습은 왠지 짠하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인 가족의 저녁 한끼가 고작 감자라니…. 그럼에도 이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공장에서 퇴근한 남편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 보는 아내의 표정과 딸에게 감자를 건네는 할머니의 온화한 미소에서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테이블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건 ‘흐릿한 램프’다. 주방 천장에 내걸린 램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비록 희미하지만 고된 이들의 삶을 은은하게 비춘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다시 만난 건 광주 양림동에 자리한 ‘이이남 스튜디오’에서다.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씨와 철학자이자 촛대 수집가로 잘 알려진 성진기 전남대 명예교수가 의기투합한 ‘밝히고 비추는 Shining brightly’전(12월7일~내년 2월13일)이 그것이다. 과거의 빛을 상징하는 촛불과 촛대, 현재와 미래의 빛을 상징하는 미디어아트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시에는 ‘감자먹는 사람들’을 비롯한 미디어 작품 10여 점과 성 교수가 독일 유학시절 부터 40년간 수집해온 200여 개의 희귀한 촛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간을 견뎌온 이들에게 힐링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이남 작가의 바람대로 거장의 명화와 수십, 수백년의 세월을 지나온 전 세계의 다양한 촛대들이 모두의 마음에 빛을 밝혀준다.
지난 7일 무각사(주지 청학스님) 로터스 갤러리에서 개막한 ‘이철수 판화전-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내년 2월28일까지)도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전시다. 이철수 작가의 목판화 인생 40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무문관’ 연작과 ‘몽실언니’ 등 동화 삽화, 최근 10년간 작업한 판화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은 무문혜개가 편집한 선종 공안집(公案集)인 ‘무문관(無門關)’에서 따온 것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할 계기와 방편의 언어들을 마흔 여덟편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판화로 시를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 작가의 글과 그림은 쫓기듯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지친 현대인에게는 위안과 안식을 준다.
‘큰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우리들의 마음조차 흔들때/ 흔들릴 것들 다 흔들리라 하고 기다린다/기다리는 그 마음만 고요하게….흔들릴 것들 다….’(이철수 작 ‘흔들릴 것들 다’).
어느 새 한해의 끄트머리다. 올해가 가기전,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시장을 찾아 팬데믹으로 무뎌진 마음을 추스려 보면 어떨까.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한번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무엇보다도 가족의 테이블에 온기를 불어 넣고 있는 건 ‘흐릿한 램프’다. 주방 천장에 내걸린 램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비록 희미하지만 고된 이들의 삶을 은은하게 비춘다.
전시 제목 ‘문인가 하였더니, 다시 길’은 무문혜개가 편집한 선종 공안집(公案集)인 ‘무문관(無門關)’에서 따온 것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깨우치게 할 계기와 방편의 언어들을 마흔 여덟편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판화로 시를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 작가의 글과 그림은 쫓기듯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휴식을, 지친 현대인에게는 위안과 안식을 준다.
‘큰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우리들의 마음조차 흔들때/ 흔들릴 것들 다 흔들리라 하고 기다린다/기다리는 그 마음만 고요하게….흔들릴 것들 다….’(이철수 작 ‘흔들릴 것들 다’).
어느 새 한해의 끄트머리다. 올해가 가기전, 마음이 따뜻해지는 전시장을 찾아 팬데믹으로 무뎌진 마음을 추스려 보면 어떨까.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한번쯤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