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만에 끝나는 ‘전문가 영입’
2021년 08월 31일(화) 21:00
코로나19 이전의 일이다. 인구 109만 명의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이하 아람누리)을 찾던 날,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평일 낮인 데도 공연장 주변은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특히 공연장의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커피숍에는 40~50대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클래식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한 수강생들이었다.

이날 아람누리에서 목격한 ‘한낮의 풍경’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광주에서 공연장은 음악회가 열리는 저녁시간에나 찾는 곳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광주문예회관은 낮시간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편의시설이 부족해 공연이 없는 낮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아람누리가 ‘커뮤니티 씨어터’(community theater)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문화CEO가 있었다. 고양시는 축제기획자 등 외부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시민들의 일상에 맞춘 주·야간 프로그램들을 기획한 결과,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늘어났고 이들이 아람누리의 공연을 관람하는 등 관객창출효과로 이어졌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취재에서도 비슷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예술행정의 대가 이종덕 대표의 후임자를 물색하던 충무아트센터는 문화CEO로 유명한 김승업씨를 영입해 뮤지컬 전문 공연장의 면모를 전국에 과시했다. 미술·공연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서 부터 10년후의 비전을 담은 로드맵을 통해 충무아트센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서강대 화학과 출신인 그는 서울 예술의전당에 입사한 후 기획부장, 세종문화회관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05년 김해문화의전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임 일성으로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문화공간’을 내세운 그는 ‘현장’에서 얻은 전문성과 과감한 추진력을 앞세워 개관 3년도 안된 김해문화의전당을 영남권의 문화허브로 키워냈다.

광주시가 광주문화예술회관 개관 28년만에 도입한 문예회관장 개방형 공모제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지역 최초로 공모를 통해 민간인 전문가로 영입된 성현출(57)관장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2년 6개월만에 개방형직위를 해제하고 종전대로 공무원 순환제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첫 민간 전문가의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없이 28년만에 어렵게 바꾼 공모제를 ‘하루아침에’ 뒤집겠다는 얘기다.

물론 공무원 순환보직제는 행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1년도 못 채우고 타 부서로 이동하거나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잠시 숨을 고르는 시스템으론 광주문예회관의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대부분의 광역시가 민간 전문가를 임용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더욱이 광주문예회관은 내년 말까지 300억 원의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장이 문화도시의 핵심인프라임을 감안하면 전문가 영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광주시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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