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이 보고 느낀 실크로드 대장정
2020년 06월 26일(금) 00:00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중국편3
유홍준 지음

소그드인은 실크로드에서 활약하며 중국 장안에 이르기까지 많은 거점도시를 만들었다. 낙타를 탄 소그드인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조형물. <창비 제공>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시기다. 예년 같으면 여행 계획을 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집 밖을 나서기도 망설여진다. 코로나는 일상의 많은 부분, 특히 여행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경험하는 것은 어떨까. 여행과 동시에 문화체험에 대한 갈증을 대체할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답사여행의 대명사 유홍준이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중국편 3’이 그것.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와 같은 오아시스 대표 도시를 가로지른다.

저자 스스로도 “실크로드 답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라고 말할 만큼 책은 특별한 여정을 담고 있다. 2018년 8월에 다녀왔던 답사 일정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실크로드라는 개념은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폰 리히트호펜이 처음 명명했다. 오늘날에는 ‘초원의 길’, ‘오아시스의 길’, ‘바다의 길’ 등 세 갈래로 나눠 말해진다. 전통적 관점에서 실크로드는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킬로미터”를 말한다.

신강위구르자치구는 오아시스 도시들로 이루어진 중국에서 가장 큰 성(省)이다. 광활한 타림분지를 중심으로 타클라마칸사막, 고비사막, 천산산맥과 곤륜산맥 등 거대한 산맥, 대초원이 이어진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이 구역을 말하는데 여기서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 남로가 뻗어나가 동서문명과 연결된다.

답사는 실크로드 중로 오아시스 도시를 거쳐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한 뒤 남로에 이른다. 그리고 중로와 남로가 만나는 카슈가르에서 대장정을 마친다.

투르판은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갈리는 지점에 위치한다. 고대부터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로 꼽혔는데 이곳에는 대형 고대도시와 무덤을 비롯해 널따랗게 펼쳐진 포도밭, 인공수도 카레즈가 있다. 특히 투르판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베클리크석굴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화염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석굴사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근동이 이슬람화하면서 사원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데다, 주요 벽화와 불상이 독일 제국주의 탐험가들에 의해 파괴돼버렸다.

고대 구자국의 도읍 쿠차는 불교 유적지가 많다. 키질석굴,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 터 등이 모려 있다. 신강 최대 석굴인 키질석굴은 화려한 불교미술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최초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쿠마라지바의 일생과 업적을 엿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쿠차는 고구려 후예 고선지 장군이 당나라 안서도호부 장수로 일한 곳이기도 하다.

옥과 불교의 도시 호탄은 서역불교가 성립한 곳으로 평가된다. 이곳 또한 이슬람의 박해와 제국주의자들의 약탈로 찾아가볼 만한 곳이 드물다. 그럼에도 예로부터 옥이 유명한데, 호탄강 지류에서는 옥을 찾는 ‘노옥’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카슈가르는 다른 도시에 비해 이슬람 색채가 강하며 위구르인들의 문화가 깃든 유적을 만날 수 있다.

누란은 지금은 없는 지명이지만 한때 실크로드에서 번성했던 유럽 계통 사람들의 고대 왕국이다. ‘누란을 지배하는 자가 서역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충지다.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흉노 등 다른 세력들에 시달리다 5세기에 멸망한다.

<창비·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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