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기술이 발전해 몸이 불편해도 누구나 일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대가 왔죠. 이에 발맞춰 장애인들이 당당히 사회로 나설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진건(62) (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 광주협회장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정보문화유공자로 선정돼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진 회장은 디지털 교육으로 장애인들의 사회진출을 돕고 일자리를 제공, 취약계층 삶의 질을 향상시킨 점을 인정받았다.

진 회장은 “함께 노력해 준 광주 지역 모든 장애인들을 대신해 표창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들이 정보화 시대에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일 잘하라고 주는 상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협회를 통해 광주 지역 장애인·어르신 등 소외계층에게 컴퓨터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생들은 이곳에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과 교육 경력을 두루 갖춘 전문 강사진을 통해 파워포인트·엑셀 등 문서 제작, 그래픽·동영상 제작 등을 배운다.

태블릿PC, 스마트폰 사용법 등 교육도 함께 하고 있으며, 1년에 3~4차례 장애인개발원, 상공회의소 등에서 발급하는 컴퓨터 자격증 시험도 치르고 있다.

교육은 동구 소태동 옛 지원중학교 교실에서 진행된다. 20여명 교육생이 들어서면 꽉 찰 만큼 좁은 공간이지만,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 교육생들로 매일 아침 북적거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생 10명 안팎으로 운영되지만, 컴퓨터 공부에 재미를 붙인 교육생들 덕에 출석률이 높아 뿌듯하죠. 이들이 사회 진출해서 자기 일을 하고, 보수를 받으며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게 보람입니다.”

진 회장은 지난 2년동안 협회를 거쳐간 교육생 20여명이 구청, 행복지원센터, 복지기관 등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고 소개했다. 협회를 통해 취득한 컴퓨터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16년 협회장으로 취임한 진 회장 또한 10세 때 허리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금남로에서 ‘월드 쇼핑’ 가게를 열어 사업을 해 왔다. 최근 나이를 못 이기고 몸이 쇠퇴하는 걸 느낀 그는 사업을 그만두고 협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이 정도인데, 다른 장애인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했다”며 “늘 장애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 왔다”고 돌아봤다.

“장애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지금, 컴퓨터 교육이야말로 장애인들이 자기 직업을 창출하고, 사업도 할 수 있는 좋은 길이었지요.”

진 회장은 지금의 정보화 교육이 다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새 모델이 출시되고, 새로운 기능이 업데이트되는 속도가 빨라 장비 조달이 늦다는 것이다. 광주시 지원금, 후원·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강사 섭외만으로도 예산이 빠듯하다. 그는 “장애인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광주시와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장애인 교육을 꾸준히 해야지요. 한 발 나아가 인공지능 관련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에요. 몸이 허락하는 한 장애인 정보화교육을 위해 늘 열심히 뛰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