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2020년 06월 19일(금) 00:00
작가 김훈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은 바로 문장과 표현의 힘이다. 그만큼 그의 문장은 하나의 스타일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훈이 최근 장편소설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펴냈다.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이라는 수사처럼 이번 작품은 달의 뒤편을 탐사하듯, 문장들은 긴장으로 가득하다.

서사의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대륙을 가로지르는 ‘나하’라는 강이 있고,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북으로는 초, 남으로는 단이라는 나라가 인근을 지배한다. 초원에서 이동생활을 하는 초는 유목집단이다. 이들은 문명을 등진 채 육체의 힘만으로 야생의 삶을 살아간다. 당연히 이들은 성도 쌓지 않고 신전과 무덤이 없으며 문자를 배경하는 집단이다. 그와 달리 단은 한곳에 정착해 사는 농경집단이다. 문자를 숭상하고 왕궁을 짓고, 건물을 곳곳에 세운다.

이들 두 세력은 화합이 불가능한 집단인 탓에 이들에게 전쟁과 일상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수평적 세계관과 수직적 세계관으로 상징되는 유목과 농경은 야만과 문명을 상징한다. 작가는 숙명 같은 긴 전쟁을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들여다본다.

이번 작품은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예외없이 작가는 잘 벼린 칼처럼 예리한 문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역사소설 3부작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의 일러두기를 통해서 밝혔던 것처럼, 김훈의 소설은 ‘오직 소설’이고 ‘다만 소설’일 뿐이다.

작가는 “모델로 삼은 고대국가나 시대는 없다. 초는 유목적이고 단은 농경적이다. 세계를 인식하는 바탕도 다르다. 인간집단 사이 적대의식의 뿌리와 전개 과정을 나는 늘 의아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파람북·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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