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던지는 법을 가르쳤더니 물고기를 잡아오네요.”

현대삼호중공업 제1호 품질전문가 유일병 부장은 협력사 품질관리 담당자들에게 품질관리 기법과 작업 방법을 가르쳤더니, 오히려 납품하는 블록의 문제점을 찾아내 개선하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최고 품질전문가(이하 품도사)를 협력사에 파견, 협력업체의 품질관리와 생산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품도사는 회사에서 오랜 근무 경력과 높은 기량을 가진 기술자를 협력사에 파견해 일정 기간 상주하다시피하며 품질관리 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는 제도다.

친환경선박·LNG선박 등 신기술이 적용된 선박이 잇따라 건조되면서 블록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기술 습득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현대삼호중공업이 기술자를 파견한 것이다.

기존에는 협력사가 납품하는 최종 제품의 품질을 검사했다면, 품도사 제도는 제품 제작과정에 참여해 친환경 신규 장비의 작업기준 확립, 작업과정 지도, 협력사와의 작업 업무 조율 등 생산 공정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실제 협력사는 처음 해보는 작업 탓에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공정도 늦어지기 일쑤였다. 영문 매뉴얼과 도면 해석 능력 부족, 경험 부족에 따른 설치 부실 등이 반복되면서 애프터서비스(A/S) 등 관리비용이 늘어나고, 공정 지연에 따른 납기 차질 문제도 빈발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1월부터 선박 엔진 케이싱(Engine Casing) 납품 업체에 품도사를 파견했다. 25년 조선소 의장 경력의 품도사 제1호인 유 부장도 이때 파견됐다.

협력사 관리자와 작업자를 대상으로 초도장비 작동 원리와 시스템 운영 소개, 장비 설치 관리 및 점검 항목 교육, 외국인 작업자의 언어장벽 해소, 설계 개선을 통한 현장 생산성 개선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외국인 작업자가 많은 것에 주목했다. 유 부장은 이들이 알 수 있게 중국어·우즈벡어·베트남어 교육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 설계 개선 전담팀을 구성해 생산단계별 낭비요소를 점검했다.

유 부장의 투입 이후 장비 설치 작업시간은 30% 이상 줄어들었고, 영문 매뉴얼과 도면 해석 능력 부족으로 인한 장비 미설치율은 76% 감소했다. 애프터서비스로 인한 인력 낭비도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유 부장은 “품도사 활동을 통해 회사와 협력업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의장·선체·정도 3개 분야에서 3명의 품도사가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은 협력사는 물론 회사의 품질 혁신, 수익성 제고,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