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 미술상 ‘유감’
2019년 07월 17일(수) 04:50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광주에 가면 /크고 작은 세상일 굽어 보며/든든하게 버티고 앉아 있는 사람/ 오지호 화백이 있어/늘 넉넉하고 싱싱하게 가슴이 뛴다/(중략)광주에 가서/서울 닮지 않은 광주를 만나고 싶은 자/무등을 등에 업은/지산동 골짜기 초가집을 찾거라”(이성부 시인의 ‘광주에 가서’중)

지난달 중순, 광주 지산동 옛 딸기밭 아래에 자리한 오지호(1905∼1982) 초가에 ‘반가운 손님’들이 모였다. 평소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찾아 문화생활을 즐기는 애호가들이었다. 120년전에 지어진 정면 4칸, 측면 1칸 전후퇴(前後退) 양식의 초가(광주시 기념물 제6호)는 오 화백이 타계할 때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곳이다.

광주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S갤러리(관장 이명자)의 기획으로 이 곳을 찾은 이들은 생전 오 화백이 ‘붙박이’처럼 앉아서 작업했던 캔버스 앞에서 부인 이상실 여사와 손녀 수경씨로 부터 그의 치열한 삶과 예술세계를 반추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 관장이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수경씨가 얼마 전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 부친 오승윤 화백의 ‘오방색의 화가’전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온 걸 알고 문화나들이가 취미인 지인 30여 명을 모임에 초대한 것.

이날 참석자들은 캔버스 밑에 떨어져 얼룩져 있는 수십년 전의 물감들을 보면서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오 화백의 작품들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는지 되돌아 보는 뜻깊은 기회를 가졌다. 동시에 한국적 근대회화의 선구자인 오 화백을 기리는 기념사업의 ‘현실’에 대해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중의 하나가 광주시의 ‘오지호 미술상’이다. 1992년 거장의 숭고한 예술정신을 기리고 미술인들의 새로운 창작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오지호미술상은 ‘전통’에 비해 상(賞)의 위상이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광주시의 사업을 광주예총이 주관하면서 ‘광주시 문화예술상’이라는 타이틀로 매년 국악, 문학 등 다른 장르의 수상자와 함께 시상하다 보니 미술상의 취지를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상금(1500만원)이 중단되면서 현재는 상장(상패)만 수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미술인들의 창작지원에 큰 힘이 되는 수상작가전이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미술상의 후발주자인 대구시의 ‘이인성 미술상’과 비교된다. 대구 출신의 서양화가 이인성(1912-1950)을 브랜드화하고 대구미술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0년 제정된 이인성 미술상은 현재 대구시립미술관의 자체사업으로 상의 권위에 맞게 상금 5000만원과 수상기념전을 기획해 전국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물론 미술상의 권위가 상금이나 부상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지호 미술상이 국내 미술계에서 위상을 높이고 수상자의 창작의욕을 키워주기 위해선 수상작가전 등의 혜택은 필수다. 그러려면 오지호 미술상의 운영을 광주시립미술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제 오지호 미술상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재고해야 할 때다. 광주는 ‘미술의 도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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