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도(795~879)는 섬서성 경조 화원 사람으로 자는 자직(子直)이다. 당 선종때 재상을 지냈다.

태위 영호초의 차남으로 830년 진사에 급제했다. 이후 홍문관교서랑, 좌습유를 거쳤다. 부친 사후 좌보궐, 호부원외랑, 우사랑중을 역임하였다. 845년 저장성 호주절도사가 되었다. 846년 무종이 죽자 황숙 이침이 선종으로 즉위했다. 841년 어느날 재상 백민중과 부친 헌종의 장례를 회상했다. 장례를 치를 때 장대비가 쏟아져 조정대신들이 비를 피하여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당시 산릉사였던 자가 비를 맞으면서도 꼼짝 않고 있었다며 그가 누구였는지를 하문했다. 영호초라는 답을 들은 황제는 아들이 누구인지를 물었다. 재상은 장남 영호서는 수주자사인데 건강이 좋지 않고 차남 영호도는 호주자사를 거쳤는데 큰 인물이 될 만하다고 답했다. 이를 계기로 영호도는 고공랑중·지제고로 승진해 황제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영호도가 입궐해 감사의 말을 하자 황제는 헌종 연간에 있었던 옛날 일을 물었다. 영호도가 조목조목 아주 소상히 답하니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중용할 결심을 하였다. 848년 2월 한림학사로 삼았다. 태종이 편찬한 금경(金經)을 주고 소리내어 읽도록 하였다. “지극한 난세라 못난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은 적이 없었고 지극한 치세라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읽자 중지시키며 말하였다. “무릇 태평 시대가 되기를 원하면 마땅히 이 말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선종 대중 4년(850) 재상에 올랐다. 859년 선종이 붕어할 때까지 10년간 그 자리에 있었다. 재상에 임명되기 직전 황제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림원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길을 밝히도록 그에게 금련촉(金蓮燭)을 하사해 깊은 신임을 보여주었다. 신중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해 선종의 신임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일순 방심해 황제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다. 선종은 주의 자사는 재임 기간이 끝나면 반드시 입궐해 황제에게 직접 보고토록 하였다. 수주에서 일하던 관리가 인접 지역에 부임하게 되자 그는 직접 부임지로 가라는 명을 내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재상에게 하문하자 “새로 부임하는 곳이 지척이라 바로 부임하도록 지시했습니다”고 답하였다. 황제는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짐이 그동안 재상을 너무 풀어준 것 같소”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옷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연영전의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난다”고 후일 회상하곤 했다.

선종은 환관 집단을 일거에 제거할 것을 모의하였다. 그는 은밀히 주문을 올려 말하기를 “다만 죄를 짓게 되면 내버려두지 말고 결원이 생겨도 보충하지 않으면 자연히 점차 줄어 다 없어지기에 이릅니다.” 환관이 주문을 몰래 보게 되어 환관과 조정대신 관계가 더욱 나빠졌다. 사인 유태가 늘 영호도의 허물을 상소했다. 아들 영호호가 뇌물을 받았다. 시험에 부정을 저질렀다는 등의 험담이었다. 이에 심복을 유태의 집 서리로 파견해 유태가 상인에게 뇌물 받은 일을 들춰내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859년 선종이 단약 후유증으로 붕어하자 장례를 주관하는 섭총대가 되었다. 장기 집권으로 많은 적이 생겼고 아들 영호호가 뇌물과 권력 남용으로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하중절도사로 좌천되었다. 이후 선무, 회남절도사 등을 역임하였다. 863년 아들 영호호가 좌습유로 기용되었는데 기거랑 장운이 상소해 “영호호는 아버지가 정사를 잡았을 때 사람들이 ‘백의재상’이라고 불렀습니다.” 결국 첨사부사직으로 옮겨졌다. 868년 방훈이 난을 일으켜 강소성 서주를 침략하였다. 서주남면초토사로 임명되었으나 여러 차례 싸움에 패하였다. 나약하고 겁이 많아 적을 회유하는데 급급했다. 회종때 봉상절도사로 임명되었고 조공에 봉해졌다. 879년 세상을 떠났다.

‘구당서’에는 성격이 소심하고 느리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가고 조심스러움 덕에 10년간 재상직을 지킬 수 있었다. 영호호, 영호정, 영호환 등 여러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범용한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