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중(白敏中, 792~861)의 자는 용회로 화주 하규 출신이다. 시인 백거인의 종제(從弟)로 선종과 의종 때 재상을 역임했다.

목종 장경 원년(821) 진사에 급제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하동, 정활, 반녕의 절도부에서 서기를 거쳐 대리사평사가 되었다. 833년 모친을 잃었다. 무종 회창 원년(841) 진중시어사를 거쳐 호부원외랑으로 임명되었다. 842년 무종이 백거이를 재상으로 쓰려하자 그를 싫어한 이덕유는 백거이가 쇠약하고 병을 앓아 조정에서 알현하는 일을 맡길 수 없다고 주청했다. 종형 못지 않은 학문과 도량을 갖춘 백민중을 한림학사로 발탁했다. 846년 동평장사로 임명되었다. 무종이 단약의 후유증으로 급서하자 황숙인 광왕 이침이 선종으로 즉위했다. 그는 병부시랑으로 동중서문하평장사를 겸하게 되어 재상 직위에 오르게 되었다. 선종이 이덕유를 멀리하자 과거 자신을 이끌어 준 이덕유 일파를 제거하는데 앞장섰다. 이덕유 집권시 한직에 머물렀던 노상을 무창절도사에 최원식을 문하시랑에 위종을 중서시랑으로 기용하고 나란히 동평장사로 삼았다.

이후 상서우부사, 문하시랑에 임명되고 태원군공에 봉해졌다. 5년동안 13번 승진해 벼슬이 원외랑관에서 재상에 오르는 커다란 영광을 누렸다. 851년 당항이 변경을 침략하였다. 3월 당항을 진무하는 도통제치등사 겸 남북양로공군사로 임명되었다. 헌종때 재상 배도가 회서를 칠 때의 전례를 따라 조정대신을 참모로 삼았다. 선종이 직접 안복루에서 전송하였다. 개부벽사의 권한을 주고 신책군으로 하여금 호위토록 배려했다.

영주에 진을 쳤는데 정원성사 사원이 섬서성 삼교곡에서 당항군을 무찔렀다. 그는 조사를 내려 항복한 당항족을 위무하고 땅을 주어 경작토록 했다. 변경의 백성들에게 3년간 면세 혜택를 주어 민생을 안정시켰다. 다시 오랑캐가 변경을 침입하면 변방의 장수에게 먼저 죄를 묻겠다고 선언했다. 853년 성도윤, 검남서천절도사에 제수되어 5년간 서천을 다스리며 성벽을 수리하고 복원하였다. 857년 강릉윤, 형남절도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동평장사 직을 겸하였다.

859년 선종이 죽고 장남 이최가 의종으로 즉위했다. 그를 장안으로 불러 사도, 문하시랑, 동평장사로 삼고 정사를 돕도록 하였다. 이어 시중으로 승진했다. 860년 황궁에 돌아와 조현하였으나 계단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세 번 표문을 올려 사직 의사를 밝혔으나 의종이 허락하지 않았다. 우보권 왕보는 소문을 올려 사직을 허락해줄 것을 청했다. “폐하께서 통치하시는 초기는 재상이 마음을 다 기울여야 하는 날이니 잠시라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백민중은 정월부터 누워서 4개월째 앓고 있습니다. 바라컨대, 그의 파직을 허락하시고 큰 덕을 가진 사람을 찾으십시오.” 의종이 크게 화를 내 하남성 양직현령으로 좌천시켰다. 9월에 다섯 번이나 사직 상소를 올렸는데 오히려 중서령으로 승진시켰다. 861년 2월 봉상절도사에 충임하였다. 남만에서 난이 일어나자 그를 불러 대책을 논의하였다. 그의 거듭된 사직 상소에도 불구하고 동도유사에 임명되었으나 극구 사양하였다. 결국 태부의 직위로 물러나게 하였다. 7월 봉상에서 70세로 죽었다. 사후 태위로 추증되었다. 태상박사 조업은 그가 “병이 들었지만 사퇴하지 않고 간언하는 조정대신들을 몰아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가 오래 재상 직을 지킨 이유는 한마디로 ‘예스맨’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황제의 뜻을 받들었다. 선종이 이덕유 일파를 싫어하자 과거의 은덕을 망각하고 단호히 그 세력을 제거하였다. 이함을 사주해 그의 잘못을 폭로토록 했다. 이로 인해 조정 내외의 평이 크게 나빠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선종에게는 백민중 같은 무색무취한 인물이 가장 편안한 재상이었다. 그의 무능이 장기간 재상에 머물 수 있게 해주었다. 왕부지(王夫之)는 백민중과 영호도에 이르러 당 왕조 멸망의 화가 시작되었다고 평하였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의 대표적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