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는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한 시신을 마주한다. 대체로 범죄 피해나 자살, 고독사와 연관된다. 달리 말하면 생존 당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전제돼 있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실직 후 월세가 밀린 집에서 동사한 50대 남성, 혼자 사는 집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한 70대 여성, 치매 아내를 목욕시키다 돌연사한 80대 등. 법의학자는 부검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죽음 속 격차를 마주한다.

효고의과대학 법의학 교실 주임교수로 재직 중인 니시오 하지메가 펴낸 ‘죽음의 격차’는 법의학자들이 목격하는 생생한 현실이 담겨 있다. 고독사, 자살, 버려지는 갓난아기 등 삶의 격차는 곧 죽음의 격차로 전이된다.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3000여 구의 시신을 묵묵히 부검하면서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고통을 마주했다. 그는 차가운 스테인레스 부검대 위의 주검이 마지막으로 만난 ‘면회자’다. 부검한 전체 주검의 약 50%가 독거자였다. 20%가 생활보호 수급자, 10% 조금 안 되는 사람이 자살자였다. 30% 정도는 정신질환자였고 치매환자는 전체의 5%에 해당했다. 여기에 신원미상 죽음도 전체 10%에 달했다.

이 통계는 ‘변사체’가 되는 죽음 자체가 사회의 음지 속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임을 보여준다. 죽는 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죽은 자의 몸에는 그가 언제, 어떻게, 왜 죽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법의학자는 그 흔적을 통해 영원한 침묵을 선택한 이들이 보내온 간절한 ‘신호’를 해석하고 남겨진 자들에게 목소리를 전한다. 저자는 법의학을 통해 죽음의 격차가 만연한 이 사회와 우리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방도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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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