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宣宗, 810~859)은 당의 제16대 황제로 이름은 이침이다. 헌종의 13황자로 목종의 동생이고 문종, 무종의 숙부다. 헌종 이후 가장 뛰어난 군주로 평가된다.

헌종과 귀비 정씨 사이에서 태어나 광왕으로 봉작되었다. 모친은 진해절도사 이기의 시첩 출신이다. 황족들의 거주지 십육택(十六宅)에서 어리석은 체 하며 살았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남다른 면이 있어서 이복형 목종이 어느날 찾아와 “이 아이는 우리 집안의 영물로 걱정할 것이 없다”며 선물을 하사했다고 한다. 846년 무종 임종 직전 37세에 황태숙으로 추대되어 즉위했다. 즉위는 환관 마원지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무종은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임종을 맞이하자 마원지가 아들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그를 황제로 옹립했다.

재상 이덕유를 강릉윤, 형남절도관찰처치사로 임명해 내쳤다. 무종 재위기간 권력을 장악한 이덕유 일파의 몰락이다. 진사 출신의 백민중을 재상으로 발탁했다. 우승유 일파가 중앙으로 돌아왔지만 과거처럼 발호하지는 못했다. 폐불령(廢佛令)을 취소했다. 도사 조귀진은 백성들에게 맞아죽었다. 연호를 대중(大中)으로 바꾸었다. 즉위 초 태황태후 곽씨의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곽씨는 곽자의 장군의 손녀로 대종의 장녀 승평공주의 딸이었다. 목종의 생모다. 선종은 그녀가 부친 헌종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고 의심했다. 선종의 즉위로 그녀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불안감에 빠졌다. 결국 난간에서 떨어져 자살을 기도했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선종은 할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불효자가 될 뻔했다. 그날 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황태후 격에 미치지 못하는 장례가 치러졌다. 남편 헌종의 무덤에 합장되지도 못했다.

환관 세력을 억제했다. 즉위에 공로가 큰 환관 마원지가 재상 마식과 친분이 두터웠는데 황제가 하사한 옥대를 선물로 주었다. 어느날 마식이 옥대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음날 재상직에서 파직해 상주자사로 좌천시켰다. 이후 마원지는 절대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환관을 제거하려다 실패해 세력만 키워준 감로지변을 교훈삼아 과격한 환관 제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민족과의 갈등도 완화되었다. 간쑤성 돈황 주변의 사주를 다스리던 장의조가 당에 귀순하였다. 대종 시기 토번에 점령 당한 이후 중앙의 힘이 미치지 못했는데 850년 토번의 장수를 쫓아내고 귀의한 것이다. 선종은 사주를 귀의군으로 칭하였다. 장의조를 귀의군절도사에 임명하고 검교이부상서, 금오대장군 직위를 하사했다.

이완된 관가의 기강을 다잡았다. 정책을 자세히 살피고 상소문을 꼼꼼히 읽었다. 상주문 글자 한자가 틀린 것까지 따질 정도로 치밀했다. 재상 영호도는 “나는 황제의 성은을 많이 받았지만 연영전에서 국사를 보고할 때는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긴장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자사(刺史)의 인사에 관심을 기울였다. 백성을 직접 다스리는 자사가 행정의 요체임을 인식하고 적임자를 선발하는데 공을 들였다. 관리의 이름을 적은 화명책을 만들어 늘 참고했다. 임명시 직접 만나 후보의 자질, 품성, 역량을 평가했다. 시에 뛰어난 사훈원외랑 이원을 재상 영호도가 항주자사로 추천했다. 그러나 황제는 임명을 주저했다. 그의 시에 “하루종일 오로지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냈다”는 구절을 보고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상이나 주요 대신을 임명할 때는 깨끗이 손을 씻고 향을 태워 경건히 묵도한 후에 확인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한다.

친인척에게 엄정했다. 외삼촌 정광의 소유 장원에 소속된 하급 관리가 위세를 믿고 세금 납부를 거절하자 경조윤 위오는 체포해 사형판결을 내렸다. 선종은 사형만은 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황제는 “황제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법 집행을 어지럽혔으니 참 부끄럽다”고 자책했다. 위오는 장형으로 벌을 낮춰 황제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말년에 헌종처럼 금단에 빠졌다. 도사 유현정을 신임해 스승으로 모셨다. 859년 한달동안 조회를 한 번도 열지 못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해졌다. 8월 50세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