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李宗閔, ?~846)의 자는 손지로 농서 성기 출신이다. 문종때 두차례 재상을 역임했으며 우승유와 친해 이덕유와 정치적으로 크게 대립했다.

805년 진사 시험에 급제해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808년 헌종이 실시한 책시(策試)에서 우승유, 황보식과 함께 정치의 폐단을 꼬집었다. 황보식은 환관이 병권을 좌지우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험관 양우릉과 위관지가 이들을 장원으로 선발했다. 재상 이길보는 자신을 공격한 것으로 받아들여 황제에게 항의했다. 토돌승최 등 환관도 황제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헌종은 왕애, 위관지, 양우릉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길보의 아들 이덕유와 이종민, 우승유의 우이(牛李) 당쟁이 시작되었다. 이길보가 814년 죽은 후에야 이종민이 중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감찰어사를 거쳐 예부원외랑으로 승진했다. 817년 4년을 끌어온 회서 전투가 지지부진하자 배도는 창의절도사가 되어 직접 전선에 가서 전투를 지휘하겠다고 주청했다. 명장 이소의 분투에 힘입어 치청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는데 이종민이 부관으로 참여했다.

820년 목종이 즉위했고 그는 중서사인으로 승진했다. 821년 우이 당쟁을 격화시킨 사건에 연류 되었다. 과거시험에서 서천절도사 단문창, 한림학사 이신이 추천한 인사들이 모두 낙방했다. 반면에 조정대신의 자제들이 대거 합격했다. 시험의 공정성에 시비가 분분하자 재시험이 실시되었다. 이덕유는 단문창과 이신 편을 우승유, 이종민은 반대편을 지지했다. 그는 검주절도사로 좌천되었다. 이덕유에 대한 분노가 더욱 깊어졌다. 825년 병부시랑으로 영전했다. 문종이 새 황제로 즉위하자 선임 재상 배도는 이덕유를 차석 재상으로 기용할 것을 건의했다. 그런데 추밀원에서 이종민을 재상으로 추천했다. 이종민은 한림학사 송약헌, 환관 양승화, 헌종의 부마 심씨의 도움으로 이덕유를 제치고 재상 반열에 올랐다. 친구 우승유를 차석 재상으로 추천했다. 반면에 이덕유는 정주절도사, 횔주절도사로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는 환관을 적극 옹호하고 번진과의 전쟁을 피하자는 유화주의자로 변신했다. 이덕유 일파는 철저히 배제했다. 원진을 무창절도사로 내려 보내고 정담을 공부시랑으로 옮겼다. 배도 역시 산남동도절도사로 내려가야 했다.

환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문종은 송신석을 기용했지만 모반 의혹사건에 연류되어 부득이 내쳐야했다. 이종민은 침묵했고 환관 세력은 조정과 황실을 장악했다. 833년 서천절도사 이덕유를 재상으로 발탁했다. 이덕유는 당쟁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이종민 일파에 칼을 들이댔다. 급사중 양우경과 소한, 중서사인 장원부 등 이종민 측근을 장안 밖으로 내쳤다. 싸움에서 패한 이종민은 산남서도절도사로 내려갔다. 그러나 왕수징 등 환관세력을 제거하려는 이덕유의 계획은 좌절되었다. 그는 정주, 이훈의 도움으로 재차 재상으로 복귀했다.

835년 문종은 환관세력을 일거에 몰아내기 위한 거사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감로지변(甘露之變)이다. 수많은 중신이 처형되고 권력을 환관이 완전히 장악했다. 환관이 있는 북사(北司)가 권력의 심장부가 되었다. 구사량은 문종을 협박하여 황제는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그는 명주자사로 좌천되었다.

840년 무종이 환관 어홍지, 구사량의 도움으로 즉위했다. 이덕유가 재상으로 임명되어 국정을 책임졌다. 하북의 소의진을 제압하는 것이 초미의 현안이었다. 그 와중에 이종민과 우승유가 소의절도사 유종간에게 보낸 친필 서한이 발견되었다. 무종은 이종민을 장주자사, 순주장사로 계속 내쳤다. 846년 무종이 급서하고 황숙인 광왕이 선종으로 즉위하자 이종민을 장안 가까이 불러들였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는 성미가 급하고 과격해 이덕유와 크게 대립했다.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토돌승최, 왕수징 등 환관과 손잡은 것도 거센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이덕유, 우승유, 이종민 3인의 갈등으로 당 후기 수십년간 정치가 혼란스러워졌다. 그 와중에 환관 세력이 사실상 권력을 독점했다. 당왕조는 환관의 나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