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유(李德裕, 787~850)는 조군 출신으로 자는 문요다. 재상 이길보의 아들로 당 후기 대표적 정치인이다.

어려서부터 한서, 좌전을 즐겨 공부했다. 과거를 거치지 않고 목종 때 음서로 출사했다. 한림학사와 둔전원외랑을 거쳐 고공낭중이 되었다. 821년 평생의 정적 우승유와의 우이(牛李) 당쟁이 시작되었다. 그해 실시된 과거에서 서천절도사 단문창, 학림학사 이신이 추천한 인재들이 모두 낙방한 반면 대신의 자제들이 대거 합격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 재시험이 실시되었다. 단문창과 이신 진영에 이덕유가 반대 진영에 이종민, 우승유가 가담했다. 특히 지방으로 좌천된 중서사인 이종민과 사이가 크게 틀어졌다. 823년 절서관찰사로 부임했다. 재상 이봉길이 그의 재상길을 막기 위한 인사 조치였다.

825년 경종에게 종묘사직이 제대로 설 수 있도록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는 상소문을 올렸다. 그러나 유흥에 몰두한 경종의 행동을 바꾸는데는 실패했다. 경종 사후 문종이 즉위했다. 문종은 환관의 영향력을 줄일 조정 개혁에 관심이 컸다. 829년 재상 배도의 추천으로 이덕유를 병부시랑으로 발탁했다. 재상으로 기용하기 위한 사전 조치였다. 그러나 먼저 재상이 된 이종민이 그를 정주절도사, 활주절도사로 내쳤다. 833년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이날 가뭄으로 오랜 기간 고통을 겪던 장안에 큰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이를 이덕우(李德雨)로 불렀다. 이종민을 산남서도절도사로 좌천시켰다. 진사 과거제를 손질하고 종실의 왕들을 외국의 사신으로 보내는 등 국정에 전념했다.

835년 감로지변(甘露之變)이 일어났다. 문종이 이훈, 정주와 합심해 환관 세력을 일거에 쓸어버리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거사는 실패하고, 구사량 등 환관 세력은 수천명을 처형했다. 문종은 환관에 둘러쌓인채 무기력한 군주 신세가 되었다. 그는 감로지변 직전 재상직에서 물러나 회남절도사가 되었다. 이때 환관 양흠의와 깊은 유대를 맺었다. 양흠의가 돌아오라는 명을 받고 장안으로 가는 도중 명령이 취소되었다. 낙담한 양흠의가 이덕유가 준 선물을 돌려주자 그는 장군의 보살핌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것이니 괘념치 말라는 뜻을 전했다. 양흠의는 강력한 후원자가 되었다.

840년 무종이 즉위했다. 이덕유를 재상으로 기용했다. 재상이 되자 세 가지 대책을 황제에게 건의했다. 첫째 군신의 옳고 그름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둘째 중서성이 중심이 되어 국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로 재상의 재임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 오랜 지방관리 생활을 통해 민생의 어려움과 행정의 본질을 직시한 이덕유의 진언이었다. 제2의 정치 인생이 시작되었다. 가장 초미의 현안은 북방의 회흘 움직임이었다. 회흘이 당에 귀순할 뜻을 전해왔다. 귀순한 부대를 귀의군으로 임명해 변경의 안정을 꾀했다. 하북 번진의 동향을 예의주시해 병란으로 커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양흠의와 힘을 합쳐 구사량 세력의 전횡을 막았다. 무종은 점차로 환관 대신 이덕유 등 관료에 의지했다. 구사량은 무종과 이덕유의 압력에 못 이겨 정식 은퇴를 선언했다. 하북 번진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하북의 소의진을 수복하는데 성공했다. 소의절도사 유종간이 죽기 직전 조카 유진을 후계자로 삼는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덕유는 유진을 토벌할 것을 주청했다. 844년 결국 소의진은 조정에 귀순하기로 결정했다. 845년 과도한 시주와 사찰 건립으로 재정을 압박한 불교에 대한 개혁에 착수했다. 회창법난(會昌法難)으로 불리는 강력한 억불 정책이 시행되었다. 4600여 사찰을 폐지하고 26만명의 승려가 환속했다. 수만경의 토지와 15만명의 노비가 조정에 회수되었다. 다음해 무종이 급서하자 복불령(復佛令)이 내려졌다. 도사 조귀진도 사형에 처해졌다.

846년 무종이 금단약의 후유증으로 붕어했다. 황숙인 광왕이 선종으로 즉위했다. “황제가 바뀌면 신하도 바뀐다”는 옛말처럼 형남절도사로 좌천되었다. 이후 우승유 일파의 공격으로 세 번이나 좌천되어 애주사호로 쫓겨나 세상을 떠났다. 사후 위국공에 추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