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예술회관이 개관 28년 만에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문예회관은 총 사업비 249억원(국비 20억원·시비 229억원)을 투입해 올 하반기 대극장 좌석 교체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 말까지 4년에 걸쳐 시설 개·보수를 단행한다. 문예회관 한 해 운영예산이 326억원인 점을 참고하면 1991년 개관 이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다. 내년에 대극장 조명과 음향 등 무대장비를 교체하고 2021년에는 소극장 내부시설과 무대장비를 바꾼다. 2022년에는 기계장비 교체와 주차장 정비를 진행하며 사업을 마무리한다.

문예회관은 뒤떨어진 무대설비와 장비 소음, 불편한 객석, 분진이 떨어지는 천장 등 여러 문제를 낳아 공연 기획사와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공포의 공간’이 됐다. 시설이 노후화되면서 생긴 잦은 고장으로 안전성 문제도 불거졌다.

회관은 지난 2013년부터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과 공연장 건축음향 컨설팅 용역을 진행했으며 매년 한 달 정도 장비수리와 부품교체 작업을 위해 10억원의 보수비용을 지출해왔다.

첫 용역을 추진한 지 6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리모델링에서는 대극장 내부시설을 개선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꿴다.

올해 대극장 리모델링 범위는 무대와 객석을 비롯해 벽체·천장·전기·소방·로비 등이 포함된다.

가장 반가운 소식은 ‘객석 교체’다. 28년 동안 바뀐 적 없었던 객석은 좁고 삐걱거릴 뿐더러 악취까지 나 원성이 자자했다. 그동안 관객의 평균 체구가 커지면서 불편함이 커졌다는 것이 회관 측 설명이다. 2층은 발코니 폭이 넓은 탓에 1~2열에서 무대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도 했다. 회관은 전체 1722석에서 100여 석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최적의 음향 환경을 위해 객석 공간 형태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객석에는 안락함과 내구성을 갖춘 공연장 전용의자가 쓰일 예정이다.

객석 외 영역의 변화도 상당하다. 먼저 음이 반사되는 벽 면적이 최대한 넓어지도록 하고 무대 전면은 반사재·후면은 흡음재 처리한다. 음향 시뮬레이션(모의 실험)을 거쳐 소리가 전 객석에 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측면과 객석 바닥 구조도 바꾸며 냉난방 장치도 교체한다. 조명·음향시설의 무게 500㎏을 견뎌야 하지만 수동으로 구동해야했던 배튼(batten)과 무대 전환장치를 전자동화하며 회전무대와 주무대 리프트의 고정식 변경 여부도 결정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역발전 특별회계 예산안 편성지침상 문예회관 1곳당 한 해 20억원으로 국비 지원이 제한된 탓에 “아예 새로 지어야 할 판”인 리모델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회관은 지난해 리모델링을 전담할 건축직 1명(6급)을 시에 요청했으나 이는 반영되지 않았다.

박석호 회관 무대2팀장은 “올해 예산은 35억원이지만 의자 한 개당 최고 1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객석을 교체하는 데만도 살림이 팍팍하다”며 “객석과 공기조화시설 교체 중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회관은 올 하반기 추경편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음 달 첫 개방형 문예회관장 도입을 앞둔 회관은 오는 3월 리모델링 설계 입찰 공고를 낸 뒤 3~4개월 동안 설계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는 7~8월에는 시공 입찰을 공고하고 본격적인 객석·무대 철거작업에 들어간다.

한편 광주시립교향악단 등 문예회관에 상주하는 8개 시립예술단체들은 올 하반기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남대 등 인근 공연장에서 정기·수시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