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맏인가?” 답 “제트” … 유머는 삶의 무늬이자 인격
유머니즘 김찬호 지음
2019년 01월 18일(금) 00:00
어느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과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다. “맏인가?” 당황한 선생님은 뭐라 답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다시 교장선생님이 물었다. “맏인가?” 한참을 고민하던 선생님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트…”

사회학자 김찬호의 새책 ‘유머니즘-웃음과 공감의 마음 사회학’에서 이 대목을 읽다 ‘피식’ 웃고 말았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유머 가운데 가장 단순한 ‘동음이의어’에 의한 교란의 사례로 들었다.

‘모멸감-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생애의 발견-한국인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을 분석해 온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의 이번 책은 유머의 메커니즘에 본질적으로 접근해 ‘웃음’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공유되고, 사회적으로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성찰한다.

저자는 “유머는 대화에서 양념처럼 첨가되는 조미료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인간성을 이해하고 실현하는 바탕이 되고, 관계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유머는 스킬이 아니다. 유머는 일정한 세계를 공유하며 의미의 변주를 즐기는 정신이며 자기를 상대화하는 용기, 주어진 상황을 낯설게 바라보는 관점, 타인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그 움직임을 순간 포착하는 직관을 필요로 한다.

유머는 삶의 무늬이자 인격으로 자신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 인생 전체의 이력이 깃들어 있다. 또 ‘뼈 있는 농담’ 처럼 유머는 사태의 본질을 통찰하는 경우도 많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나는 웃는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는 웃음의 기원과 효능 등을 살펴보며 2부 ‘유머의 문법’에서는 유머의 개념과 역사와 함께 긴장과 욕구의 해소, 우쭐하는 기분(우월 이론), 난센스의 쾌감(불일치의 반전 이론) 등의 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3부 ‘유머 감각의 여섯 기둥’에서는 ‘포착-자기만의 독특한 관점’, ‘표현-의미를 변주하는 언어의 연금술’, ‘연기-가상의 시공간을 빚어내는 상상력’, ‘동심-세상에 대한 경이로움의 감각’, ‘넉살-엉뚱한 것을 감행하는 배짱’, ‘공감-사소한 농담에도 화답하는 여유’ 등을 소개한다. 그밖에 4부와 5부에서는 풍자와 전복, 농담이 희롱이 될 때, 억지웃음의 비굴함과 괴로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저자는 “유머는 단기간에 습득하거나 높이에게는 너무 복잡한 역량이지만 유연하면서도 예리한 지성, 유쾌하면서 상대를 섬세하게 배려하는 감성이 어우러지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문정희의 ‘늙은 코미디언’,이정록의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빅토르 프랑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 등 유머와 관련된 다양한 글도 만날 수 있어 흥미롭다.

<문학과지성사·1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