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하늘색은 ‘슬픈 회색’ (253) 미세 먼지
2019년 01월 17일(목) 00:00

제임스 휘슬러 작 ‘녹턴:배터시강’

요즘 아이들에게 하늘은 무슨 색깔일까? 하늘은 ‘하!’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늘~’ 푸르러서 ‘하늘’이 되었다는 전설 같은 어원을 믿는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하늘을 그릴 때 회색 크레파스로 색칠한다고 한다. 요 며칠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한반도의 하늘을 보니 아이들의 하늘색 감수성이 이해가 되면서 슬프고도 불안하다.

제임스 휘슬러(1834~1903)의 ‘녹턴:배터시강’(1878년 작)은 영국의 수도를 관통하며 물 위를 떠다니는 짙은 안개를 그린 작품이지만 내겐 미세 먼지 자욱한 우리 땅 우리 주변 어느 도시의 풍경처럼 다가온다. “그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엔 안개가 없었다”고 오스카 와일드가 언급할 정도로 그동안 무심히 보았던 안개가 그림에 담기면서 감성적 풍경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미세 먼지는 우리에게 불편한 풍경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휘슬러는 풍경화는 물론 인물화에도 녹턴, 심포니, 하모니 등 음악적인 제목들을 붙였는데, 그는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니고 그것을 색채와 형태들로 전이시키는 방식 즉 미묘한 색면의 구성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상한 제목 대신 별난 제목을 그림에 붙이는 휘슬러의 습관과 아카데미의 전통을 무시하는 태도는 비평가 존 러스킨의 분노를 사기도 했는데, 러스킨은 휘슬러의 작품을 보고 “관객들의 얼굴에 물감 한 병을 내던진 대가로 많은 액수의 돈을 요구했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는 평론을 쓰기도 했다.

휘슬러는 러스킨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법정에서 “일생동안 쌓은 지식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이라고 대꾸했던 휘슬러의 승리로 마침내 재판은 끝날 수 있었다. 소송 후에도 음악적인 제목을 단 작품들을 계속 그렸던 휘슬러는 만년에 이르러서는 20세기 추상회화의 선구적인 인물로 꼽히며 대중적인 인기도 누렸다.

<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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