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원(柳宗元, 773~819)의 자는 자후로 산서성 하동 출신이다. 당 후기의 정치인, 문인으로 당송 8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이다. 순종 때 왕숙문 등과 함께 영정혁신을 주도했으나 실패했다.

고종 때 재상을 지낸 유석의 후손으로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했다. 특히 문장이 뛰어나 당시 사람들은 그의 문장을 보고 “정밀하게 다듬어지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그 화려함이 보석과 같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793년 진사과에 합격해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집현전정자 남건위를 거쳐 감찰어사가 되었다. 805년 덕종이 죽고 태자 이송이 순종으로 즉위했다. 기거사인 겸 한림학사가 된 왕숙문을 중심으로 영정혁신(永貞革新)의 주도세력이 되었다. 태자시서 왕비, 감찰어사 유의석, 감찰어사이행 유종원, 이부시랑 위집의, 한림학사 능준 등이 개혁파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사가들은 이들을 이왕유유(二王劉柳)라 불렀다. 특히 위집의는 장안의 명문가 출신으로 진사과에 합격한 후 우습유, 한림학사가 되어 정계의 주목을 받았다. 태자 이송은 위집의에게 왕숙문을 추천하며 잘 지낼 것을 희망하였다.

영정혁신은 원성의 대상이 된 경조윤 이실의 통주자사 좌천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오방세(五坊稅) 폐지가 이루어졌다. 황제의 사냥에 필요한 독수리, 매, 개 등의 사육 재원으로 징수된 세금으로 백성들의 고통이 컸다. 궁궐에서 필요한 물품 구매에서 시작된 궁시(宮市) 제도도 환관들의 가렴주구로 변질되었는데 이때 폐지하였다. 정식 세금 이외의 각종 부가세를 없애 백성들의 부담을 줄였다. 궁녀 300인과 교방여악 600인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순종의 건강 악화로 영정혁신은 200여일만에 실패로 끝났다. 환관들의 병권을 박탈하려는 노력은 환관 구문진 등의 반대로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왕숙문의 한림학사 직위가 박탈당했다. 내상(內相)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지위를 잃은 것이다. 환관 세력은 순종을 압박해 장자 이순을 태자로 삼도록 했다. 왕숙문이 모친상을 당해 관직에서 물러나고 왕비가 중풍에 걸려 집에서 요양하게 되었다. 순종은 태자를 감국(監國)으로 명해 사실상 권력을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유종원은 호남성 영주사마로 좌천되었으며 다시는 중앙 정계에 복귀할 수 없었다. 이왕팔사마(二王八司馬)로 불리는 개혁파 8인이 모두 몰락하였다. 815년 유주자사로 옮긴 후 819년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유와 더불어 고문 부활 운동의 주역이었다. 형식미를 중시하는 변려체 대신에 한 대 이전에 애용된 고문을 되살리자는 운동으로 안사의 난 이후 학계의 지지를 얻었다가 한유, 유종원 때에 크게 호응을 받게 되었다. 영주사마로 좌천된 후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옛시인 굴원을 본받아 불우한 심정을 글에 담았다. 우계시서(愚溪詩序), 포사자설(捕蛇者說) 등을 지어 자신의 처지와 백성들의 과중한 세부담 등을 문학을 통해 고발하였다. 친구 유의석과의 우정이 더욱 깊어졌다. 유의석이 변방인 귀주성 파주로 좌천되자 노모를 모시는 친구의 처지를 걱정해 자신을 대신 보내달라고 조정에 간청하였다. 재상 배도의 배려로 유의석은 광동의 연주로 옮겨가게 되었다. 간담상조(肝膽相照)라는 고사가 여기서 탄생했다. 한유는 유종원의 묘비명을 지으면서 평소에는 놀고 즐기는 것이 마치 간과 쓸개를 내보일 것처럼 하지만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언제 보았냐는 듯 외면하는 세태를 고발한 내용이다. 유주에서 4년간 지내다가 819년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유주자사로 있으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폐습을 시정하였다.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을 노비로 삼는 악습을 없애고 현금에 상당하는 노동으로 채무를 탕감토록 개선했다. 유주 사람들이 그의 생전의 업적을 기려 사당을 지어 기념했다고 한다.

대표시로 ‘계거’ ‘강설’ ‘어옹’ 등이 남아 있다. 한유와 함께 한유(韓柳), 유의석과 함께 유유(劉柳)로 불리운다. 다산 정약용은 유종원의 고문 운동을 인정했지만, 좌천되었을 때 지은 글들은 “흐느끼고 구슬픈 언어”라며 낮게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