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광주와 전남이 각각 3곳씩, 모두 6곳을 후보지로 신청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한전공대가 국내 에너지 산업의 핵심 연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한전공대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에 에너지 관련 연구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어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공대 추천 부지와 관련해 광주시는 산학연 연계·인프라 활용성·물리적 환경에서 앞서고, 전남도는 부지제공 조건·접근성·인허가 용이성 등에서 우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남은 ‘당연히 한전이 위치한 나주혁신도시 인근에 한전공대가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동안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시와 광주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후보지 유치에 뛰어들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전남도는 후보지 선정을 놓고 광주와 전남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 논쟁을 자제하고, 한전공대 설립 주체인 한전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시 “공동 혁신도시 정신을 살려 광주로”=최근 광주시와 일선 자치구는 과거 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광주의 양보를 통해 나주에 공동혁신도시가 조성된 만큼, 한전공대는 광주로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시 광주시와 전남도의 공동혁신도시 조성은 전국 혁신도시 건설 과정에 모범 사례로 꼽혀 한전 등 주요 공공기관이 나주에 입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후 광주시와 전남도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서 해마다 징수되는 지방세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혁신도시발전재단 설립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전공대 유치를 통해 과거의 ‘시도 상생’을 복원하자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남구 압촌동 에너지밸리산단, 남구 승촌동 영산강문화관 수변공원, 북구 오룡동 첨단산단 3지구 등 3곳이 후보지다.

에너지밸리산단은 남구 압촌동과 나주시 남평읍에 거쳐 있으며 전체부지 321만㎡ 중 국공유지 비율이 14.3%다. 에너지밸리산단지역은 현재 78%의 보상이 완료됐고, 산학연클러스터 구축과 광역교통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게 장점이다.

승촌동 영산강문화관 수변공원은 남구 송촌동과 나주시 노안면에 걸쳐있다. 159만㎡ 규모이며 국도 13호선 인근이라 접근성이 좋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현재 승촌보 유원지는 국유지로 체육시설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첨단산단 3지구는 128만㎡ 규모로, 북구 오룡동·대촌동과 장성군 남면·진원면 일대에 조성돼 있다. 인근의 광주연구개발특구 등 지리적 위치가 뛰어나고, 호남고속도로 북광산IC, 송정역 등 광역 교통망도 갖추고 있다.

◇전남도 “혁신도시 시너지 효과와 2022년 개교 일정 맞추려면 전남이 최적지”=전남도가 추천한 한전공대 후보지는 혁신도시에 인접하거나 근거리에 있는 3곳이다. 전남도는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아직까지 구체적 장소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애초 목표인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위해서는 최적지로 꼽힌다.

우선 전남도는 오는 2022년 개교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토지 매수와 건설 인허가 등 대학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가 다른 지역에 비해 용이하고, 땅값이 광주에 비해 저렴한 나주에 한전공대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혁신도시 인근에 한전공대가 설립돼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혁신도시 시즌 2’(혁신도시 중심 클러스터 구축)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연구 중심 대학인 한전공대가 혁신도시 인근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주 혁신도시에는 한전 및 계열사, 에너지·ICT 기업, 에너지 연구·교육기관 등이 위치해 있어 한전공대가 설립되면 산·학·연 클러스터가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산·학·연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성과는 광주와 전남이 고루 나눌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광주권의 GIST(광주과학기술원)·전남대·조선대 등과 전남권의 목포대·순천대·동신대 등을 아우르는 에너지 융복합 신산업 연구중심대학이 설립 목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주는 연구중심대학인 GIST가 존재하지만, 전남에는 연구중심대학이 없다는 점도 균형발전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구에는 국립 DGIST가 있고 경북에는 사립 포항공대가 있듯이, 광주에 GIST, 전남에 한전공대가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광주에 설립된다면 자칫 GIST와 한전공대가 불필요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광주·전남 상생 발전 차원에서도 나주가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이 ‘한전을 전남에 양보했으니 한전공대는 광주로 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맞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조성지역이 광주와 인접한 만큼 그 성과를 이미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근무자 상당수가 광주에 거주하고 있고, 혁신도시 건설 이후 광주 남구와 서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는 것은 한전공대를 세계 유수의 대학으로 육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광주·전남 지역대학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는 정치적 반대 논리의 단초가 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광주시·전남도가 당초 합의대로 한전공대 입지는 한전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정하도록 하면 될 일”이라면서 “정치·정략적 목적으로 논란을 부풀리거나 소모적 논쟁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