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韓愈, 768~824)의 자는 퇴지이며 하남성 하양 출신이다. 당나라 후기의 정치인, 시인으로 당송 8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이다. 고문(古文) 부흥운동의 주역으로 평가된다.

어릴적에 부모를 여의고 형수 아래서 자랐다. 일찍이 문장에 재능을 보였다.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세 번 과거에 낙방한 끝에 792년 진사과에 합격했다. 지방절도사의 속관을 거쳐 802년 감찰어사가 되었다. 그러나 경조윤 이실의 실정을 탄핵했다가 광동성 양산현령으로 좌천되었다. 807~819년 헌종 재위기간 국자감 사문박사, 예부낭중, 형부시랑 등의 직위를 역임했다. 헌종은 군사력을 가진 번을 약화시키기 위해 삭번(削藩) 정책을 밀어부쳤다. 무원형, 배도가 번진 세력 진압에 앞장섰다. 815년 배도를 따라 회서절도사 오원제 토벌에 공을 세웠다. 공으로 형부시랑이 되었는데 이때 유명한 평회서비(平淮西碑)를 지었다. 한 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끝에 명문을 만들어 헌종에게 바쳤다. 뛰어난 문장에 탄복한 황제는 이를 돌에 새겨 채주의 자극궁에 세워둘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후일 헌종은 한유의 글을 지우라고 명한 뒤 한림학사 단문장에게 석비에 새길 글을 다시 지으라고 명하였다. 장안의 정쟁에 휘말린 것이다.

819년 강력한 반불교주의자인 한유는 헌종이 불골(佛骨)을 궁중으로 맞아들이려 하자 논불골표(論佛骨表)를 올려 단호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헌종은 환관이 신책군을 이끌고 교외로 나가 사리를 맞이하도록 하였다. 3일간 황제의 공봉행사가 이어지고 장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한유는 글에서 한나라, 위나라 이후 불교를 숭상한 국가들이 한결같이 국난에 시달렸음을 지적했다. 양무제가 독실한 불심을 보였지만 후경의 난으로 본인이 굶어죽는 일이 일어났음을 상기시켰다. 장안의 백성들이 생업을 멀리한 채 온종일 불교행사에 빠져드니 사회풍속이 어지러워질 것을 경고하였다. 부처는 믿을 것이 못된다(佛不足信)는 그의 주장에 황제는 격노했다. “불교를 믿는 황제는 모두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으니 이는 황제를 저주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극형에 처하라고 명하였다. 배도, 최군 등이 적극 간해 조주자사로 좌천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헌종은 계속된 단약의 후유증으로 환관을 죽이는 등 난행으로 820년 암살당했다. 헌종이 죽고 목종이 즉위하자 복권되어 국자감 줴주가 되고 관리의 임명을 관장하는 이부시랑이 되었으나 57세의 나이로 일찍 죽었다.

한유는 문인으로 그 명성을 크게 높였다. 그의 최대 업적으로는 문체개혁(文體改革)을 들 수 있다. 대구와 음조를 중시하는 화려한 형식의 변려체(騈儷體)를 배격하고 한대 이전의 자유로운 형식 즉 고문을 다시 살리자는 운동을 제창했다. 한유의 고문 운동을 지지한 유종원과 함께 한유(韓柳)로 병칭되었다. 변려문은 형식과 표현에만 치중해 배움이 적은 사람은 접근하기 어려워 지식층과 귀족층이 주로 이용했다. 결국 안사의 난 이후 자유로운 형식의 고문을 다시 쓰자는 운동이 세를 얻었고 한유, 유종원 대에 이르러 크게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한유는 문장의 실용성을 강조하며 내용에 올바른 도리만 담겨 있으면 대구, 운율 등의 형식을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문이재도(文以載道)라고 한다.

한유의 문장론은 한마디로 “도가 문장에 드리워진다”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장이란 도를 재현한 것이라는 문도일관(文道一貫)의 자세를 보여준다. 유가의 문학관을 그 기본적 토대로 삼고 있다. “내가 옛것에 뜻을 두는 것은 단지 그 문사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 道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는 문과 도가 하나라는 문도일원론, 문도합일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일생 반불 입장을 견지했다. 승려들의 특권에 반대하였다. 도가의 초자연주의적 무정부주의적 혼란을 경계했고 불가의 탈속적 삶을 비판했다. 도교와 불교가 봉건적 사회질서를 왜곡한다고 보았다. 공맹의 유가 도통론을 주장했고 스스로 맹자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다. 그의 유가 이론은 후일의 신유학 또는 송명이학의 시대를 여는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