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과 브랜드는 다양하다. 위대한 인물이나 이색적인 건축, 조형물일 수도 있고 역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작금의 문화관광시대에는 콘텐츠와 스토리를 담고 있는 공간들이 도시의 이미지를 견인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감각을 입힌 문화시설은 도시의 자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국내외 서점과 미술관을 취재한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일보 박진현 문화선임기자가 펴낸 ‘문화 만나러 떠날까?’(엔터)는 세계 서점, 미술관 여행서다. 미술 분야와 광주비엔날레 등을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문화현장을 취재해온 이력에서 보듯 책에는 문화를 바라보는 특유의 시각이 녹아 있다.

책에는 25개의 서점(국내 9·해외 16)과 19개 미술관(국내 6·해외 13)이 등장한다. 저마다의 콘셉트를 자랑하는 서점과 미술관을 ‘둘러보는’ 즐거움은 여느 것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1625곳이던 서점은 2015년 1559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특색 있는 동네 책방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엔 서울 60여 곳을 포함해 전국에 150여 곳이 생겼다. 광주만 해도 ‘숨’, ‘검은책방 흰책방’, ‘심가네박씨’, ‘소년의 서’, ‘책과 생활’ 등 10여 곳에 이를 정도로 동네 책방은 ‘성업중’이다.

책에는 詩들이 사는 책방 ‘위트 앤 시니컬’(서울),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 서점’(서울), 쪽빛 책 정원 인디고 서원(부산), 소설가와 시인부부의 문학전문서점 ‘검은책방 흰책방’(광주), 문화씨앗 심어주는 ‘책방 심다’(순천) 등 이색적인 공간이 소개돼 있다.

해외 서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제각기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꾸민 책방들은 세계인들의 발길을 끈다. 감성 시니어들의 천국 ‘츠타야 서점’(일본), 일주일에 오직 한 권만 파는 ‘모리오카 서점’(일본), 영국 클래식의 품격 ‘돈트북스’, 세계적 작가들의 숨결이 깃든 ‘세익스피어 & 컴퍼니’(영국),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의 사원 ‘셀렉시즈 도미니칸 서점’(네덜란드) 등은 문화명소로 자리잡았다.

책방에서 배어나오는 서지향이 깊고 그윽하다면 미술관의 향기는 상큼하면서도 화려하다. 근래의 아트를 매개로 진행되는 여행의 중심지에는 예외 없이 미술관이 자리한다.

“미술관은 격조 높은 예술품과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아트투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만큼 국내외 유명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은 여행객들의 문화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도시의 브랜드로 변신한 미술관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망이다.”

책에는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덕수궁관(서울), 미메시스아트뮤지엄(파리), ‘이우환공간 & 부산시립미술관’(부산), 솔거미술관(경주), 아리리오 미술관(제주) 등이 등장한다.

저자의 심미안은 국내를 넘어 해외 미술관에까지 이른다. 영국 런던의 박토리아 & 알버트 미술관, 데이트 모던 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퐁피두센터도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고흐 미술관과 덴마크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 인젤홈부로이히 미술관 등도 아우른다.

책 곳곳에는 오랜 기간 문화현장을 누빈 기자의 감식안이 투영돼 있다. 직접 촬영한 사진도 수록돼 있어 보는 맛도 즐겁다.

한편 박 기자는 제33회 최은희 여기자상(2016년)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처음 만나는 미국미술관’, ‘도시의 아이콘, 아트센터’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