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 드라마에 빠졌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수려한 경치가 눈에 들어와서였다. tvN에서 방영하는 ‘톱스타 유백이’. 대형 사고를 쳐 외딴섬으로 유배된 톱스타 유백이 슬로 라이프의 섬 여즉도에서 깡순이라는 처녀를 만나 벌어지는 문명 충돌 로맨스물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 속 섬의 주 촬영지는 완도군 청산면에 있는 대모도였다. 대모도의 본섬인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주 방송된 2회편에서는 청산도의 코스모스 밭과 대모도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길을 끌었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청산도는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청산도(靑山島)는 사시사철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모도·소모도·여서도·장도 등 4개의 유인도와 여러 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5배 정도인데 2000여 명이 살고 있다.

7~8년 전쯤 1박2일 일정으로 청산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청산도항에서 점심 식사로 삼치 회를 먹은 후 도락리와 당리를 거쳐 해안 절경을 감상하는 명품 길을 해질 녘까지 트래킹하며 청산도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청산도는 자연환경도 아름답지만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골과 고향의 아늑함을 선사한다. 섬 곳곳에 초가집·흙돌 집·돌담 길·구들장 논 등과 같은 옛 풍물들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청산도에 딸린 섬 대모도(大茅島)는 모초(茅草) 즉 띠가 많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완도군 청산면 모도리다. 앞바다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인구가 200명도 안 되는 이 섬은 ‘톱스타 유백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는 곳으로 묘사돼 시청자들에게 수려한 청정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곳은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대부분 수려한 풍경과 고요 또는 느림의 미학으로 문명에 찌든 때를 씻어 준다. 다만 유명세 때문에 청정 환경이 도시의 때로 물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취재본부=박지경 부장j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