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보(李吉甫, 758-814)의 자는 홍헌이며 조군 출신이다. 당 헌종때 재상으로 발탁되어 번진 세력을 억제하는데 노력했다. 814년 병으로 급사했다.

절서관찰사와 어사대부를 역임한 이서균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필력이 뛰어났다. 26세때 왕조의 전통과 제도에 밝아 태상박사에 발탁됐다. 이후 공부의 둔전원외랑, 예부의 가부원외랑이 되었다. 원로대신 이필과 두창이 그의 재주를 크게 아꼈다. 육지가 재상이 되자 당파에 깊이 연류된 것으로 의심해 저장성 명주자사로 좌천시킨 다음 충주자사로 기용했다. 지방으로 좌천되었지만 육지를 잘 섬겼다. 육지가 이를 부끄러워하여 서로 깊이 교류하게 되었다. 10여년간 유주자사, 요주자사 등 지방직을 전전하면서 번진의 폐해를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헌종이 805년 즉위하자 황제의 조서를 담당하는 이부낭중이 되었고 이어 한림학사, 중서사인으로 승진했다. 807년 중서시랑 겸 동중서문하평장사로 기용되어 재상 반열에 올라섰다. 눈물을 흘리며 중서사인 배기에게 말하기를 “강회로 떨어져 흘러 다닌지 15년이 넘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은혜를 입어 지금에 이르렀소. 생각하건데 은덕에 보답하는 것은 오직 어진 사람을 천거하는데 있으나 조정에 늦게 올라와 아는 사람이 드무니 그대가 나에게 잘 말해주시오.” 배기가 30여명을 직접 올리자 수개월 사이에 대부분 채용하였다. 사람들이 그의 용인술을 칭찬하였다.

헌종의 강력한 삭번(削藩) 정책을 적극 지지해 취임 1년만에 36개 번진을 과감히 교체했다. 특히 1급 관리 원외랑을 절도사 아래 자사로 보내 절도사를 견제토록 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덕종 시기 이래로 당 왕조가 보여줬던 관용적인 태도와 크게 다른 것이다. 807년 황제의 명을 받아 원화국계부(元和國計簿)를 편찬하였다. 원화 연간의 국가통계를 기록한 책으로 전국에 방진이 48개 주부가 295개 현이 1453개이었다. 조세 수입은 절강 회남 강서 복건 호남 등 8도 49주 1백22만 호에서 거두었는데 현종 시대의 수입에 비해 4분의 3이 줄었다. 지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에서 관례적으로 실시해 온 중앙에 대한 진봉과 헌납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808년 거인(擧人)을 발탁하는 시험을 실시했는데 이궐, 우승유, 육혼, 황보식 등이 당시 정치의 잘못을 논해 재상인 이길보를 깎아내렸다. 그가 황상에게 울며 하소연해 시험을 담당한 배기와 왕애를 파직시켰다. 이어 보군과 대립했다. 무엇보다도 실세 환관 토돌승최와 갈등이 깊어졌다. 금군을 장악한 환관세력이 조정사에 깊이 관여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재상직을 사직하고 808년 회남절도사로 내려갔다. 811년 중서시랑 동평장사로 다시 중앙에 불러 올려졌다. 강도 높은 행정개혁에 나섰다. 중앙 관리를 1769명 줄였다. 정원의 25%나 되는 대대적 감축이었다. 상주하기를 “진(秦)부터 수(隋)에 이르기까지 관리를 많이 쓰기로는 당 왕조와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현종 이후 중원의 병사는 80여 만이고 나머지는 장사꾼?승려?도사로 농사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이 열에 대여섯 명이나 됩니다.”

회서 지방은 덕종 시기 절도사 이희열의 난이 평정된 이래 오소성이 관할해왔다. 809년 병사하자 그의 동생 오소양이 뒤를 이었다. 814년 8월 오서양이 병사하자 그의 아들 오원제가 부친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채 절도사직을 승계하려 하였다. 그는 중앙이 방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무력으로 회서 지역을 다스릴 것을 건의했다. 황제에게 상주하기를 “회서는 하북과 달라 지방으로 패거리가 도와줄 곳이 없습니다. 지금 빼앗지 않으면 뒤에 가서 도모하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자신이 직접 회서에 가서 오원제를 설득할 것을 주청했다. 토벌을 준비하는 도중 10월 갑자기 병에 걸려 죽었다. 상심한 헌종은 그에게 사공의 직함을 내렸다. 죽기 전에 국가경영 전략을 담은 <원화군현도지> <육대략> <십도주군도>를 집필해 황제에게 바쳤다. 회서 정벌의 뜻은 친구 무원형이 이어 받아 815년 정월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