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포마을의 특산물인 미역을 가공하는 모습.

완도군 금당면 울포마을의 청정바다에서는 문어, 장어, 쏨뱅이 등 다양한 어류가 잡힌다.

가을햇살이 가득한 날, 청정바다 완도군 금당면 울포마을을 찾아간다. 광주에서 화순을 지나 배를 타기 위해 도착한 곳은 장흥 노력항. 주민과 몇몇 여행객, 차를 태운 배가 출발을 알리며 바다로 나아간다. 물비늘이 비치는 가을바다는 유난히 아름답고 군데군데 쪽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이들도 보인다.

섬에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었다. 금당면사무소 앞의 중국집에서였다. 풍성한 해물이 듬뿍 담긴 짬뽕밥은 입맛을 돋웠다. 마을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것일까 궁금해하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가 알은 체를 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가득 담긴 해물을 손질중이었다. “짬뽕밥에 든 해물이 싱싱하고 맛있다. 직접 잡으신 거냐” 했더니 할머니가 말했다.

“어디서 오셨소. 청정해역인디 맛있을 수밖에 없제. 음식에 들어간 건 당연히 우리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제. 무공해라 얼마나 맛이 좋은디. 볼 것도 많아. 금당 8경이라고. 배타고 나가서 보면 장관이여. 홍도에 다녀온 것보다 좋다는 사람도 있당께.”

울포마을은 1640년 조선 인조 때 고흥에서 진주 강씨가 처음으로 입주해 형성됐다. 마을 뒷산인 공산을 독수리가 넘어왔다고 해 수리넘어로 불리다 다시 공산을 타고 넘었다고 해서 ‘차우리’(車牛里)로도 불렸고 차우마을은 울포리의 출발이기도 하다. 금당면 면소재지인 울포마을의 거주 인구는 106가구 224명이며 어촌계원은 45명이다. 이중 귀어·귀촌 인구는 2가구로 아직은 그리 많지 않다.

11월은 한참 미역을 다듬어 내다파는 시기다. 마을 특산품 중 하나인 미역을 가공하는 금당수산에 들렀다. 지금은 자동화도 많이 됐는데 이곳에서는 직접 일일이 손으로 손질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모든 걸 기계가 하제. 우리는 세심하게 일일이 손으로 줄기를 가르고, 또 안좋은 것은 버리고 하니까 품질도 좋아. 인건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 손질해서 팔면 집에서 음식하는 사람은 훨씬 맛있게 요리할 수 있제. 금당 미역은 오래 끓여도 안 퍼져. 굴 넣고 끼려도 맛있고.”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미역을 다듬는 할머니의 말이다.

울포 미역은 깨끗한 바다에서 자란 미역을 맑은 바닷물로 수시로 씻어내며 가공하는 게 특징이다. 울포마을 전체에서 생산되는 분량은 480ｔ, 톳과 다시마 김 등을 합하면 1161t 수준이다.

울포마을의 또 다른 특산물은 문어와 장어다. 어느 지역보다 청정해역인데다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의 질도 달라 최상의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 연중 바다에 나가 잡을 수 있는 문어와 장어 수확량은 각각 42ｔ, 56ｔ 수준으로 문어는 연간 20억원, 장어는 3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양식으로 키우는 돌돔 역시 인기가 높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또 하나의 특산물은 붉은빛 모양을 한 물고기 ‘쏨뱅이’였다. 마을에서 쏨뱅이를 손질하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집에 있는 작은 배로 아침 일찍 바다에 나가 갓 잡아올린 싱싱한 것들이었다.

“쏨뱅이는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고기예요. 구워 먹어도 맛있고, 매운탕으로 해도 맛있제. 무엇보다 비린내가 하나도 않나요.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한번 먹어보면 맛에 반할 겁니다.”

울포마을에서 나고 자란 신용원 할아버지는 인심 좋고 정감 있는 마을 자랑까지 하며 쏨뱅이 소개에 열을 올렸다.

울포마을의 대표 관광자원은 ‘금당 8경’이다. 기암괴석으로 수만년간 파도와 풍우로 인해 신비로운 형상을 지니게 됐다. 생김새에 따라 ‘초가바위’, ‘코끼리 바위’, ‘남근바위’, ‘사봉세우’ ‘병풍바위’, ‘부채바위’, ‘스님바위’, ‘교암풍경’ 등으로 불리며 바다로 나가 배를 타고 둘러보면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울포항 바로 앞바다에서도 볼 수 있는 스님바위는 고고한 자태가 인상적이다. 또 마을 위 제각에서 바라보는 푸른 남해 바다도 눈을 시원하게 한다.

울포마을은 다른 마을처럼 체험 시설은 아직 잘 갖춰져 있지 않지만 천혜의 자연 환경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둘레길’을 조성중으로 전체 구간 중 3분의 1 정도가 완성된 상태다. 둘레길이 완성되면 ‘1박 2일’ 머물다 가는 관광객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포마을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소박한 동네다. 한가로이 머물며 사색에 빠지기 좋다. 완도에서 가장 먼저 LPG가 들어오는 등 숙박시설도 깨끗하고 환경도 좋다.

항구에서 돌아오는 배를 탔다. 붉은 어구 사이로 쪽배를 놓고 고기잡는 이들이 보인다. 저렇게 깨끗한 바다에서 잡아올린 어류들이 우리 밥상에 놓일터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 승용차

서울 →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무평로 → 남해고속도로 → 고흥IC → 녹동 → 금산면 → 우두항 → 울포항 → 울포마을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 → 녹동버스공용정류장(4시간30분) → 금진항 정류장(24분) → 금진항(15분) → 울포항 → 울포마을

▶ 열차

용산역KTX → 순천역(2시간21분) → 순천역 정류장 → 버스터미널정류장 하차(10분) → 순천종합버스터미널 도보이동(4분) → 녹동버스공용정류장(1시간15분) → 녹동항(15분) → 울포항(25분) → 울포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