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宗(778~820)은 당왕조 11대 황제로 이름은 이순이다. 15년의 재위기간 동안 원화 개혁을 추진해 왕조 중흥의 군주로 평가된다. 820년 환관에게 피살되었다. 순종의 장남으로 광릉군왕에 봉해졌다.







805년 4월 병약한 순종이 즉위하자 태자로 세워졌는데 4개월 뒤 양위 받아 즉위했다. 그러나 순종의 양위설에는 이설이 존재한다. 7월 태자에게 군사, 정사를 위임한다는 황명이 내려졌다. 순종을 보좌한 개혁파가 보수파와 환관세력에 밀려났다. 궁을 지키는 신책군은 구문진 등 환관이 장악했다. 순종의 측근 우소용, 이충언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8월 태상황 순종은 태자가 8월9일 즉위하고 대사면을 실시한다는 조서를 발표했다. 태자가 병든 순종을 제거하고 즉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혁파의 좌장 왕숙문은 장안에서 2750리나 떨어진 투주사호로 좌천되었다가 다음해 사사되었다.

헌종은 806년 연호를 원화(元和)로 바꾸고 원화개혁에 착수했다. 영향력이 커진 환관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두황상을 재상으로 기용했다. 이어서 순종 측근인 왕숙문 일파 8인을 제거했다. 이들은 후일 팔사마(八司馬)로 불리었다. 재위 초기 최대 현안은 군사력을 갖고 반독립적 행태를 보이는 번진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조부인 덕종 때 실시된 삭번(削藩)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806년 검남서천절도부사 유벽이 검남지방의 통치 영역을 확대해 달라는 주청을 조정이 거부하자 군사를 일으켰다. 재상 두황상의 건의에 따라 신책군사 고승문을 보내 반란을 진압했다. 유벽은 장안에 압송되어 처형되었다. 강남의 진해절도사 이기는 군사업무를 담당하는 절도유후를 죽이고 난동을 부렸다. 헌종은 재상 무원형의 건의에 따라 장안으로의 입조를 명하고 거부시 응징을 결심했다. 이기 휘하의 병사들이 반기를 들어 경사로 압송했다. 황제는 참형에 처했다. 번진에 대한 강경책은 807년 재상에 발탁된 이길보가 주도했다. 1년만에 36개 진을 교체하고 1급관리 원외랑을 자사로 내려 보내 절도사를 견제하였다.

삭번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의 재정을 강화할 필요가 컸다. 이길보로 하여금 ‘원화국계부’ 10권을 편찬토록 하고 체계적인 세금징수와 재정운영을 도모하였다. 지방에서 중앙으로 보내는 진봉과 헌납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였다. 812년 하북 3진 중 하나인 위박진이 조정에 귀순하였다. 전계안이 죽자 전흥이 난을 일으켜 당에 귀순한 것이다. 815년 회서의 오원제에 대한 정벌이 시작되었다. 부친 오소성이 죽자 오원제가 직을 계승하려 하였다. 9만명의 군사를 동원했으나 전황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재상 배도가 현지에 내려가 직접 지휘하고 장군 이소의 맹활약으로 817년 10월 오원제를 생포해 승리했다. 문호 한유는 정벌전에 참여해 평회서비(平淮西碑)라는 명문을 남겼다. 치청절도사 이사도는 무원형과 배도 암살을 시도했다. 무원형은 살해되었으나 배도는 목숨을 건졌다. 헌종의 단호한 삭번 의지에 놀라 성덕절도사 왕승종이 자발적으로 조정에 귀순했다. 치정절도사 이사도가 부하에게 살해되면서 조정의 통제하에 들어왔다. 그러나 절도사의 병권, 인사권, 재정권 박탈은 이루지 못했다. 근본적인 개혁조치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헌종 사후 번진의 반란이 재개되었고 당 멸망의 중대한 단서를 제공하였다. 간의대부 무유형은 이러한 현실에 크게 낙망해 “승리에 취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탄식한 바 있다.

정부개혁도 적극 추진했다. 811년 이길보를 재기용해 강력한 관리감축에 나서 1769명을 해고하니 정원의 25%에 해당한다. 그러나 태자 등왕 영이 19세로 요절하자 도교와 불교에 깊이 빠져들었다. 819년 봉상의 법문사 불사리를 장안으로 모셔다 봉안하려 하자 형부시랑 한유가 ‘논불골표’를 지어 비판했다가 조주자사로 좌천되었다. 금단을 남용해 성격이 과격해져 환관을 죽이거나 처벌했다. 결국 환관 진홍지가 황제를 시해했다. 황제가 환관에게 죽은 첫 사례다. 이후 당 왕조는 다시 혼란과 정체의 시기로 빠져들었다.

<초당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