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 김동훈은 “고대인들의 인간성이 그들의 신화를 통해 드러난다면, 현대인의 인간성은 브랜드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연찮게도 에르메스, 나이키, 머큐리, 오리온 등 고대신들의 이름은 브랜드의 이름이 되었다. 베르사체와 스타벅스의 로고인 메두사와 세이레네도 신화에 등장한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필요’보다는 ‘욕망’ 때문에 특정 상품을 사 왔다. ‘별별 명언:서양 고전을 관통하는 21개 핵심 사유’ 등을 출간한 인문학자 김동훈의 새 책 ‘브랜드 인문학-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은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통해 “이 브랜드의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것을 산 나는 대체 누구이며, 나는 그 브랜드로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브랜드는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라며 “특정 브랜드가 어떤 지점에서 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지 살피다 보면 나의 무의식이 무엇을 욕망하는 지 알게되고 결국 브랜드 취향은 나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창의력을 깨우는 하나의 키워드가 된다”고 말한다.

단순한 소유를 넘어서는 인간의 욕망에 집중한 책은 질 들뢰즈의 사상을 기반으로 글을 풀어나간다. 책은 정체성, 감각과 욕망, 주체성, 시간성, 매체성, 일상성 등 6개의 카테고리를 통해 모두 32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멜빌의 소설 ‘모비딕’의 등장인물 스타벅에서 이름을 따온 ‘스타벅스’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더 많은 것”을 체험하려는 인간의 ‘과잉’에 대해 분석한다. ‘오디세이아’, ‘일리아스’, ‘모비딕’을 넘나들며 논리를 전개한다.

저자는 또 ‘왕 같은 취향을 시민에게 선사한’ 발렌시아가, ‘편협한 여성성에 메스를 든’ 비비안 웨스트우드, ‘이질성의 매력을 문화로 꽃피운’ 지방시, ‘부속품이기를 지양하고 인간의 지문을 고집한’ 페라가모, ‘기능성만 강조되던 모던 디자인에 예술적 반격을 꾀한’ 알레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다루고 있다. 그밖에 출판사 갈리마르와 펭귄북스, 민음사, 몽블랑, 디즈니, 로얄 코펜하겐, 레고, 알렉산더 매퀸, 베네통 등 브랜드 자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다채로운 사진 자료와 함께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황병승의 ‘판타스틱 로맨틱 구름’, 보들레르의 ‘악의 꽃’, 가수 김동률의 노래 ‘잔향’까지 다양한 문학작품도 만날 수 있다.

<민음사·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