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무서운 가족…어쩌다 가정은 지옥이 됐나 (243) 가정 폭력
2018년 11월 01일(목) 00:00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던 이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이다. 사르트르는 나 자신이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 때만이 절대적인 주체로서 존재하지만, 타인은 나 자신을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자유를 빼앗기 때문에 지옥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다. 타인의 힘에 의해서 나 자신이 판단되고 결정되면서 비주체적인 대상이 되는 순간, 지옥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들, 특히 가정 밖 폭력보다도 더 무섭고 끔찍한 가정 폭력 사건을 보면 가족이 타인보다 더 공포스러울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하여 궁극의 안식처이자 구원의 장소, 가장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공간이어야 할 가정이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 지옥보다 더 피폐해질 수 있단 말인가. 냉혹한 현실 앞에서 가슴 쓸어내리기만 할 일이 아니라 국가의 보호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1898~1986)의 작품 ‘가족’(1950년 작)을 보면 다정하게 앉아있는 젊은 부부가 아이를 함께 나눠 안으면서 마치 세상의 모든 가족들에게 “우리를 닮아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목한 장면이지만 이 평범한 가족의 모습과 같지 않은 군상도 많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헨리 무어는 보수적인 영국 조각계에서는 드물게 일찍이 전위적 작가로 추상적 형체를 조각해왔는데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조각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풍경, 인간의 비인간성, 이를 회복시키는 예술형식의 치유력이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했던 헨리 무어는 모성의 상징성에 집착했고 작품은 야외에 놓아야한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젖을 먹이는 위대한 어머니의 현존과 가족의 모습을 통해 자연 풍경이 비옥해지고 사회가 단란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실장·미술사박사>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