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盧杞·?~758)의 자는 자량이고 하남성 활주 영창 출신이다. 대종, 덕종때 활약한 중신으로 음모를 잘 꾸미고 성격이 음흉해 사람을 많이 죽였다.







부친 노혁은 755년 안녹산이 난을 일으키자 반군에 회유되지 않고 동도 낙양을 사수하기 위해 저항하다가 처형되었다. 과거를 거치지 않고 음보로 관직생활을 시작했다. 삭방절도사 복고회은의 참모로 일했으며 홍로승, 전중시어사, 선부원외랑을 거쳤다. 충주자사로 재직한 후 형부원외랑, 금부랑중, 이부랑중 직을 수행했다. 이후 하남성의 괵주자사로 재직했다. 모습이 추하지만 말솜씨가 뛰어났다. 덕종은 어사대부로 발탁하고 장안을 관장하는 경기관찰사를 겸직토록 하였다. 성격이 음흉하고 간계에 능했다. 대장군 곽자의는 그의 천박한 성품을 알아보고 각별히 유의하였다. 하루는 곽자의를 병문안하였다. 곽자의는 대종의 사돈으로 조정 최고의 어른으로 존숭받았다. 그가 방문하자 옆에서 시중드는 첩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홀로 의자에 기대어 그를 맞이했다. 주변 사람이 그 연유를 묻자 답하기를 “노기는 모습이 추하고 마음이 음흉하다. 여자들이 그를 보면 반드시 비웃을 것인데 후일 그가 권세를 얻게 되면 우리 집안은 씨도 없을 것이다.”

재상 양염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덕종은 그를 문하시랑 겸 동평장사로 삼아 재상으로 기용했다. 사이가 나쁜 양염과 노기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양염은 노기가 추하고 학문이 빈약한 것을 경멸해 더불어 정사를 논의하기를 소홀히 하였다. 노기는 이를 한스럽게 여겼다. 양염이 장안에 집안의 사당을 지으려하자 노기는 그가 역심을 품고 있다고 아래와 같이 참소했다. “이 땅에 제왕의 기운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종께서는 소숭에게 말해 옮기도록 했는데 양염은 다른 욕망이 있어 그 땅에 사당을 건립하였습니다” 결국 양염은 하남성 애주사마로 좌천되었고 가는 도중 목 졸려 죽었다.

그는 덕종이 시기심이 많은 것을 알고 교묘하게 신하들을 이간질하였다. 어사대부 엄영을 시기해 황하에 빠져죽도록 만들었다. 재상 관파를 견제해 사실상 정사를 독점했다. 하루는 관파가 황제와 정사를 논의하던 자리에서 이견을 내려하자 눈짓해 막았다. 후일 관파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마음이 바르고 성실하고 말이 적었기에 재상에 이르렀는데 지난번에는어찌해 입을 열어 말하려 하였습니까” 이후 관파는 감히 다른 말을 주장하지 못했다.

번진의 반란으로 당 왕조가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특히 회서절도사 이희열이 783년 낙양을 점령하자 장안이 두려움에 떨었다. 노기는 평소에 직언을 일삼는 노신 안진경을 중재자로 천거했다. 황제는 그를 선위사로 임명해 낙양에 파견했다. 안진경은 낙양에서 옥에 갇힌채 온갖 수모를 당한 끝에 2년여 만에 목졸려 죽었다. 예부상서 이규를 시기해 토번에 사신으로 가도록 청하였다. 황제가 너무 노쇠하지 않은지 하문하자 답하기를 “이규가 가면 지금부터 이규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먼 곳으로 사신으로 가는 것을 감히 사양하지 않을 것입니다.”

783년 경원병변(涇原兵變)이 일어나 황제는 섬서성 봉천으로 피난갔다. 조정의 푸대접에 경원진의 병사들이 난을 일으킨 것이다. 황제는 재상 최녕에게 크게 의지했다. 최녕은 주변에 “주상께서 총명하시고 선(善)을 쫓기를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하였는데 노기에게 미혹되어 여기에 이르렀소”라고 말하였다. 노기가 최녕을 모함해 “최녕이 장안에서 피난왔는데 형세를 관망하면서 거취를 정하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최녕은 목졸려 죽였다. 노기의 전횡이 심해지자 삭방절도사 이회광 등이 자주 표문을 올려 그를 내칠 것을 건의했다. 783년 12월 광동성 신주사마로 좌천되었다. 785년 사면을 받아 강서성 요주자사가 되었다. 이에 원고, 노한 등이 크게 쟁론하였다. 원고는 주문을 올려 “노기는 지극히 흉악해 백관들이 그를 미워하기를 마치 원수처럼 하고, 군대에서는 그의 살점을 먹고 싶어하는데 어찌 다시 임용할 수 있겠습니까?” 황제는 그를 장안으로 부르지 않고 호남성 풍주 별가로 삼았다. 785년 그곳에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