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20년, 아니 10년만 흘러도 우리 마을은 물론 전국의 어촌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귀어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한 둘이 아닌데 모든 걸 귀어인들에게 감당하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진도군 임회면 굴포리 남선마을 어촌계장 김철오(61)씨는 귀어 희망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을 강조했다.

김씨는 “우리 어촌계의 경우 3년간 거주하면 누구나 계원으로 받아들인다. 크든 작든 배를 구입하고 어업면허를 갖춘 뒤 몇달만 어민들과 함께 일하며 어깨너머로 뱃일을 배운다면 도시생활보다 더 나은 생활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왜 그렇게 귀어에 대해 강조하느냐’는 물음에는 “젊은이들이 돌아오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일단 마을이 활기를 띠고 생기가 감돌 것 아니냐. 그리고 누군가는 바다와 갯벌을 지켜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씨도 사실은 귀어인이다. 누구보다 귀어 초반의 어려움과 고단함을 잘 알고 있지만, 몇 년 살아보니 겁내거나 못할 일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남선마을에서 나고 자라 성인이 된 이후 인천에서 건축업 등을 하며 청장년기를 보내고 지난 2008년 가을 고향마을로 내려왔다. 몸과 마음이 지친데다 고향에 계신 노부모를 더 늦기 전에 찾아가 보살펴야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함께 작용했다.

귀어 첫 해 그는 조그만 낚싯배를 사들였다.

낚시꾼들을 갯바위에 내려주거나 선상낚시를 시켜주며 소득을 올렸다. 아내와 함께 낚시로 고기를 잡아 위판장에 팔기도 하며 귀어 첫해에만 2000만원 가량 소득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다 이웃의 새우잡이, 멸치잡이, 미역·다시마 양식일을 도우며 어깨 너머로 일을 손에 익히면서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홍새우와 멸치 등 각종 물고기, 미역·다시마 양식 등을 하며 연간 1억원 이상의 고정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월 8일 오후 마을 앞 방파제에서 만날 당시 어촌계장 김씨는 아내와 함께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홍새우 4상자(10㎏), 간재미 10여마리, 점상어, 복어 등 잡어 수십마리가 4t짜리 고깃배에 실려 팔딱거렸다. 그는 “배타고 20여분간 바다로 나가 오후 3시까지 그물로 잡은 게 이 정도”라며 “뻘이 좋아 그런지 고기면 고기, 미역·다시마 양식이면 양식,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마을 앞바다는 언제고 넉넉하게 되돌려 준다”고 자랑했다.

그가 계장으로 있는 어촌계원은 모두 21명.

가장 젊은 축이 50대, 어촌계원 대부분은 60~80대로 연로했다. 고깃배 없이 맨손어업만 하는 경우는 없고 저마다 배를 가지고 바다를 터전 삼아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 어촌계에는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소망이 있다.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방파제 대신 수심이 좀 더 깊은 바다로 좀더 길게 쭉 뻗은 새로운 방파제를 갖는 것이다. 어촌계장 김씨는 “어촌에 투자하는 것은 가깝게 보면 현재의 어민들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지만 좀 더 크게 멀리보면 귀어인 유인책이 되는 것이고 결국에 가서는 고령화되는 어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