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 서쪽에 자리한 삼두마을은 예부터 깨끗한 환경에서 길러낸 김 양식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동백숲이 유명하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동백숲. 바닥에는 푹신한 멍석이 깔려 있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국도 77호선을 따라 완도 군외면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삼두마을 뒤쪽으로 멀리 나뭇잎이 반짝거리는 산이 보인다. 소나무, 참나무가 빼곡한 여느 산과 다르게 삼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산은 진한 녹색 옷을 입고 알 수 없는 윤기를 품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동백숲이다.

완도군 군외면 삼두리는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동백숲, 깨끗한 바다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김, 태풍 등 자연재해도 비껴가는 지형조건 덕에 완도에서도 살기 좋은 마을로 손꼽히는 곳이다.

수산업만이 아니라 벼는 물론 고추·참깨·콩 등이 잘 자라 풍족하고 여유로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여느 마을과 달리 삼두마을에는 젊은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마을 주민 총 253명 중 만 50세 미만이 71명(28%), 14세 이하도 25명에 달한다.

삼두리 주택들은 바닷가와 산기슭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웃춤’과 ‘아랫춤’으로 부르기도 한다.

삼두리는 1914년 이전까지는 두읍리라 불렸다. 지금은 왜소해졌지만 일제강점기 당시만 해도 김 양식으로 크게 번창했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두읍리의 인구가 늘고 인근에 있는 삼장동이 쇠퇴하며 두 마을이 합쳐져 삼두리가 됐다. 삼두마을의 이름 중 ‘삼’자는 삼장동, ‘두’자는 두읍리에 따왔다.

마을의 유래는 조선 초기까지 올라간다. 조선 선조 때(1567~1608) 안씨와 유씨가 처음 터를 잡았다. 하지만 후손이 없어 대가 끊어졌고 숙종 때(1674-1720) 밀양 박씨가 이주한 이후에야 자작일촌으로 크게 형성했다.

이들이 자리를 잡았던 곳은 완도의 중심 상왕봉(해발 644m) 자락의 삼장골(삼장동)로 전해진다. 1896년 대한제국 칙령 제13호에 따라 완도군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주로 농사 위주로 크게 번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장동 주민들은 김 양식업을 하기 위해 산을 내려왔고 삼장동은 점차 쇠퇴해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삼장동 밑 바닷가에는 두읍리가 있었다. 1800년 대 이전까지는 노구미(바다가 육지 쪽으로 파고 들어온 지형을 뜻하는 순 우리말)라고 불리던 마을이다. 두읍리는 1855년 이후부터 불렸는데 ‘드릅리’라는 속칭이 전해 내려온 것으로 봤을 때 주민들이 마을 주위에서 자주 채취했던 두릅 나물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서 깊은 역사만큼이나 별명도 많다. 예전 신당이 있었다고 해서 당께마을, 서당이 있어 서당골, 바닷가에 부두가 있어 선창이나 갱변, 개나리가 많다고 해서 꽃바구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삼두마을을 걷다보면 70~80년대의 어촌 모습이 떠오른다. 마을 남쪽에 자리한 쇠내미마을에는 언제 쌓았는지 알 수 없는 돌담이 쳐진 집들이 보이고 함석판으로 만든 창고문, 창호지문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을 중심에 있는 한적한 분위기의 삼두저수지로 인해 물이 부족한 섬사람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큰 걱정이 없다. 마을 한 귀퉁이에 서있는 비석은 조선시대 오위장 박의중 선덕비다.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오위장이 조선시대 군사직인 오위의 으뜸 벼슬(종2품)에 해당하는 고위직인 것으로 미뤄 박의중이 마을 출신이거나 마을에 은혜를 베풀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을의 주요 특산품은 김이다. 인근 바다는 통상적으로 수온 섭씨 18~20도에서 잘 자라는 김의 생육조건에 알맞아 매년 품질 좋은 김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삼두마을 앞바다에는 검은색 통을 실은 소형 바지선들이 많이 보이고 있는데 지금이 김 생산 시작시기이기 때문이다. 검은색 통은 김발을 물에 고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부통이라고 불린다. 주민들은 10월 중순 김 채묘(김발 그물에 포자 붙이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보통 40~50일이면 김을 채취할 수 있다. 채취 시기는 내년 5월초까지다.

삼두마을이 김 양식에 알맞다고 불리는 이유에는 태풍이 와도 큰 피해가 없는 자연 조건에 있다. 주로 육지 쪽에서 바다로 향하는 하늬바람(서풍)이 사시사철 불기 때문에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이 와도 피해가 심하지 않다. 지난 10월 초 태풍 ‘콩레이’가 덮쳤을 때도 김발 3~4개가 너울성 파도에 밀려갔을 뿐 큰 피해는 없었다.

김양식 어민 70% 정도가 피해를 입은 옆 마을 ‘당인리’와 대조적이었다. 또 감성돔이 잘 잡히는 숨겨진 낚시 명소이기도 하다.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던 삼두마을은 관광 활성화를 꿈꾸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이낙연 전 전남지사(현 국무총리)는 삼두마을을 찾아 동백을 활용한 지역 개발을 논의할 만큼 삼두리 동백숲은 소문나 있다. 천연 자생림인 삼두리 동백숲은 전남청소년수련원 인근 57ha의 면적에 펼쳐져 있으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완도군은 올해부터 40억원을 투입, 동백 치유의 숲과 전국 최대 규모인 200ha의 동백특화림 단지를 확대 조성할 예정이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승용차

한남 IC → 경부고속도 → 서해안고속도(동서천분기점) → 서영암IC → 영풍교차로(월출산, 성전방면) → 신제교차로(독천방면) → 해남교차로(완도, 해남방면) → 완도군 → 군외면 → 삼두마을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 → 완도터미널(5시간) → 완도터미널정류장 도보이동(1분) → 완도-남창행 버스 승차(25분 이동) → 삼두정류장 하차 → 삼두마을

▶열차

KTX용산역 → 광주송정역(1시간32분) → 광주송정역 정류장 좌석02번 버스 승차(40분 이동) → 광천터미널 정류장 하차 → 완도터미널(2시간20분) → 도공용터미널정류장 도보이동(1분) → 완도-남창행 버스 승차(25분 이동) → 삼두정류장 하차 → 삼두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