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염(楊炎, 727-781)의 자는 공남이며 산서성 봉상현 출신이다. 양세법(兩稅法) 도입을 주도했다. 덕종 초 권력투쟁에 휘말려 사사되었다.







부친 양파는 과거에 급제했으나 부모 봉양을 위해 관직에 오르지 않아 칭송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문장이 뛰어났으며 자태가 늠름해 널리 인정을 받았다. 도교에 심취해 소양산인(小楊山人)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하서절도사 여숭분의 참모로 활동했는데 모친이 사망하자 고향으로 돌아가 효를 다하였다. 이후 이부의 사훈원외랑으로 복직했으며 예부와 병부에서 관리생활을 이어갔다. 필력이 뛰어나 각종 문서와 예문 작업에 빈번히 참여했다. 이부시랑으로 승진했고 왕조사 편찬에도 관여했다. 당대의 실력자 원재와 가까웠다. 재정전문가 유안의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재정운영 능력도 뛰어났다. 유안이 777년 부패 혐의로 처벌받자 그 무리로 몰렸으나 대종의 외삼촌 오주가 변호해 지방에 좌천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779년 대종이 죽고 태자 이괄이 덕종으로 재위에 올랐다. 강직한 최우보를 재상으로 기용해 개혁정치에 나섰는데 그의 추천으로 양염을 문하시랑 겸 동중서문하평장사로 발탁해 재상 반열에 올랐다.

재상으로서 여러 개혁조치를 추진했다. 수백년간 실시된 조용조(租庸調) 제도를 파기하고 호세·지세 등 여러 세금을 통합한 양세법을 건의했다. 양세법은 명나라때까지 이어져 역대 왕조의 기본 세제로 자리매김했다. 인두세와 재산세를 기초로 여름과 가을, 일년에 두 번 징수했다. 하세(夏稅)와 추세(秋稅)로 불린다. 양세법 실시로 세금을 내는 호구수가 크게 늘어나 세입이 대종 말기 1200만관에서 1300만관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한 재정운영 방식을 조용조 제도하의 양입제출(量入制出)에서 양출제입(量出制入)으로 바꾸었다. 필요한 예산을 먼저 결정하고 이에 따라 양세를 징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탁지사가 관련 업무를 총괄토록 하였다. 이후 양세를 화폐로 납부하는 전납(錢納) 방식이 활성화돼 화폐가치는 오르고 물가는 내리는 전귀화천(錢貴貨踐) 현상이 일어났다. 양세법 실시로 “모든 권력이 비로서 조정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말이 널리 화자되었다.

그는 자신을 키워준 원재를 몰락시킨 유안과 사이가 나빴다. 유안이 전운사로 오랫동안 재정권을 휘두른 것을 시기하였다. 몰래 “유안이 대종에게 독고비를 황후로 삼도록 권했다”는 소문이 나도록 부추겼다. 독고비가 황후가 되었으면 그녀의 아들 한왕 이형이 제위를 이을 수도 있었으므로 덕종 입장에서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덕종에게 눈물을 흘리며 상소하기를 “유안은 여간, 유충익과 함께 모의하였고, 신은 재상이 되어 서로 토벌할 수가 없으니 죄가 마땅히 만번을 죽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상서성은 국정의 근본인데 근래에 여러 사를 설치해 권력을 빼앗았으니 마땅히 옛날로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 결국 전과 양곡 업무는 모두 금부와 창부로 귀속되고 유안이 가지고 있는 전운·조용·청묘·염천 등사는 폐지토록 하였다. 유안은 충주자사로 좌천되었다. 형남절도사 유준을 꼬드겨 유안이 조정을 원망하는 편지를 절도사 주차에게 보냈다고 고발케 하였다. 결국 780년 유안은 사사되었다.

유안 처형 후 조야의 반발이 심해졌다. 번진의 절도사들은 자신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삭번(削藩) 정책 뒤에 양염이 있다고 믿어 미워하였다. 양염은 “유안은 옛날에 간사한 사람에게 끌려서 독고후를 세우기를 청하였는데 황상 스스로가 그를 미워해 죽인 것이다”라는 말이 퍼지도록 꾸몄다. 덕종은 어사중승 노기를 문하시랑으로 발탁해 업무를 분담토록 하였다. 노기는 키가 작고 못생겼으며 학문이 부족해 양염은 그를 무시했다. 회서절도사 이희열이 조정에 반발하는 번진을 정벌하는 것을 주저하자 노기는 그의 기용을 건의한 양염에게 책임을 돌렸다. 결국 좌복야로 밀려 정사에서 배제되었다. 그는 장안에 가묘를 설치했는데 노기는 그의 가묘에 왕기(王氣)가 서려있다고 상주했다. 덕종은 781년 10월 그를 하남성 애주사마로 좌천시켰다. 도중에 목졸려 죽었다.

<초당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