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포츠/연예
오피니언
기획시리즈
뉴스 홈
정치
경제
사회
시군
문화

남도 대표 두 원로 작가 장편소설·시집 발간 ‘눈길’
작가란 어떤 존재며 늙어감은 어떤 의미인가
한승원 ‘도깨비와 춤을’-죽음 가까워진 인간의 성찰과 고뇌
문순태 ‘생오지 생각’-인생 내리막길에 느끼는 노년의 회한

2018. 10.11. 00:00:00

소설가 한승원

소설가 문순태









문학의 최종 종착지는 무엇일까. 아니 작가의 최종 글쓰기 지점은 어디일까.
끊임없는 창작 열정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창작해왔던 남도를 대표하는 두 원로 문인이 나란히 장편소설과 시집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한승원, 문순태 작가. 두 소설가는 남도 문단을 넘어 한국 문단을 아우르는 창작과 활동으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팔순을 앞둔 두 작가 모두 현재는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에서 소설을 창작하고 후학들을 양성히고 있다.
이번에 두 작가가 창작의 열망과 뿌리를 찾는 여정을 형상화한 작품집을 발간했다. 문순태 작가는 시집 ‘생오지 생각’을, 한승원 작가는 장편 ‘도깨비와 춤을’ 펴낸 것이다. 서로 다른 장르이지만 작품 속에서 두 문인은 늙어감의 의미와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시’라는 장르를 두 작가가 관심에 두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한승원 작가는 시인을 서사의 한 축으로 등장시키고, 문순태 작가는 120여 편의 시를 직접 창작한 것이다. 아마도 글을 업으로 삼는 작가의 최종 목적은 자신만의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 고대문학의 기원을 보면 시와 춤과 노래가 결합된 제의적 성격이 강했다. 나중에 소설(novel)이라는 장르가 탄생하지만 문학의 본질은 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한승원 작가는 소설 ‘도깨비와 춤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나누어 가진 분신을 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장흥에 사는 프로 작가 한승원과 남해에 사는 아마추어 음유시인 한승원이 그들이다.
(현실의) 한승원 소설가는 ‘장흥의 한승원’을 통해 밝힌 것처럼 이 작품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공작새 수컷이 암컷들과 세상을 향해 꼬리와 날개를 활작 펴서 찬란한 무지개빛 어린 문양을 과시할 때 치부인 항문도 노출하듯이” 스스로를 결산하면서 ‘자기 참모습’을 찾는 문학적 여정에 나선다.
소설 속의 두 한승원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그들 사이의 다른 점은 ‘남해의 한승원’에게는 아내가 없고, ‘장흥의 한승원’에게는 아내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남해의 한승원’은 ‘장흥의 한승원’이 발표한 소설, 시, 에세이 등을 모조리 섭렵하고 시를 줄줄이 외우고 낭송한다.
‘도깨비’는 작품 속 두 한승원에게 “광기의 화신”으로, 다름아닌 “생명력의 또 다른 얼굴”이다. ‘장흥의 한승원’에게는 “자존심, 저항의식, 보호본능, 정체성”을, 아내가 먼저 죽어 외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남해의 한승원’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을 일깨운다.
서로를 거울처럼 되비추는 ‘장흥의 한승원’과 ‘남해의 한승원’은 두 사람이지만 둘 다 참 모습을 지닌 ‘한승원’으로 수렴된다. 이처럼 소설 ‘도깨비와 춤을’은 시간의 불가항력에 따라 죽음에 가까워진 인간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버티기 위해 분투하는 숭고한 이야기이다.
한편 나고 자란 고향 ‘생오지’를 시집 제목으로 내건 문순태 작가의 ‘생오지 생각’은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느끼는 노년의 회한과 애잔한 마음이 담겨 있다.
원래 문순태 작가의 출발은 시인이었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백제의 미소’가 당선돼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인으로 등단했다.
“광고 재학 시절 조선대에 근무하던 김현승 선생님으로부터 시를 배웠다”는 말에서 작가의 시에 대한 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1965년 ‘현대문학’에 시 추천을 받고 이후 소설가로 전향을 했지만 문 작가의 내면에는 시에 대한 열망과 감수성이 오롯이 응축돼 있었던 모양이다.
각각의 시에는 작가가 살고 있는 생오지를 중심으로 산골 마을에서의 일상, 어머니의 그리움 등 원초적인 정서가 깃들어 있다. 고인이 된 그의 오랜 친구 송수권 시인은 “문순태의 시는 이 땅의 흙 속에 뿌리를 깊게 박고 있다. 그러므로 뿌리 잃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한(恨)이 주요 키워드이며 모티브가 되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시는 한마디로 고향의 연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문순태 작가는 “어쩌면 요즈막 나의 시 쓰기는 삶의 마지막 길 찾기이며 남은 시간을 위한 삶 즐기기인지 모르겠다. 산을 내려가는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과 길가의 풀이며 꽃과 나무, 그것들이 갖고 있는 빛깔과 향기, 그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아 충분히 여유를 즐기고 음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기사 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