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元載, 713~777)의 자는 공보로 섬서성 봉상현 기산 출신이다. 당 대종 때 환관 어조은 제거에 공을 세웠으나 권력을 농단해 모반죄로 처형되었다. 당 왕조의 대표적 탐관오리로 평가된다.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현종이 도학에 빠져 천보 원년(742년) 도학에 밝은 사람으로 선발되었다. 빈주 신현위가 되었고 대리평사, 대리사로 승진했다. 이후 대리사직에 임명되었다. 755년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다. 난을 피해 강동으로 가 이희언의 부관이 되고 홍주자사를 겸하였다. 757년 숙종이 장안과 낙양을 회복하자 재정을 담당하는 호부 관리로 발탁되었다. 민첩하고 기발한 생각이 많아 황상의 마음에 들었다. 어사중승, 탁지낭중에 기용되었다. 당 조정은 계속된 전란으로 극도의 재정난에 봉착했다. 강회 지방의 세금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760년 전국적으로 기근이 발생해 물자가 폭등했다. 인육을 먹을 정도로 물자가 모자랐다. 761년 탁지·주전·염철 겸 강회 전등은사로 발탁돼 재정에 관한 일을 전담하였다. 762년 전란의 피해가 적은 강회 지방에 8년간 미납된 세금을 부과해 당의 재정이 한결 튼튼해졌다. 숙종의 실세 환관 이보국과 친밀해졌다. 그의 추천으로 동문서문하평장사, 탁지전운사에 임명되었다. 사실상 재상 반열에 오른 것이다.

763년 숙종의 장남 이예가 이보국 등의 도움으로 대종으로 즉위했다. 이보국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황상께서는 궁안에 앉아 계시기 바랍니다. 조정사는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고 말할 정도로 황제는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환관 정원진의 힘을 빌어 이보국을 제거했다. 그러나 정원진 역시 권력을 농단했다. 그는 대종의 측근으로 중서시랑, 동중서문하평장사, 집현전대학사 등을 역임하며 역사 편찬에도 참여하였다. 절강성 태주에서 원조의 병란이 일어났고 토번이 관중을 침략했다. 대종은 부득이 장안을 버리고 섬서성 섬주에 주둔한 환관 어조은 진영으로 도망쳤다. 이 사태로 어조은은 금군(禁軍)을 거느리고 장안에 들어와 새로운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나어린 양자 어령휘가 조정대신을 능멸했다. 원재는 황상의 뜻을 받들어 어조은의 측근인 주호와 황보은을 포섭해 궁궐에 들어온 어조은을 목매 죽였다. 그의 위세가 크게 높아졌다.

어조은 사후 탁지(度支) 업무를 재상 원재가 모두 관장하였다. 황상의 총애와 신임이 더욱 두터워진 것을 계기로 생각과 행동이 교만하고 방자해졌다. 스스로 “문무의 재능과 지략에 있어 예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랑하며 권력을 휘둘렀다. 뇌물을 거두어들이고 사치가 도를 넘어섰다. 부인이 개원 연간 하서절도사를 역임한 왕충사의 딸이었는데 부부의 치부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사후 황제의 명으로 재물을 조사했더니 토지 및 금은보화 뿐 아니라 후추가 800석 종유라는 진귀한 보석이 500냥이 발견되었다. 요즘 돈으로 수천억원에 달했다. 출장가는 관리를 잘 보살피라는 그의 편지가 지방관에게 도착하면 고급의 객사에 머물고 여러 날 융숭히 대접받았다. 그의 권세가 이와 같았다.

733년 토번이 감숙성 일대를 침략했다. 그는 대장군 곽자의로 하여금 농산, 석문에 쳐 들어오는 토번군을 막도록 하고 원주에 성을 쌓았다. 그의 처 왕씨와 아들 원백화, 원중무, 그의 동생 등이 다투어 뇌물을 받았다. 뇌물을 쓰지 않고는 관리가 될 수 없었다. 777년 대종이 그를 주살할 것을 결심하고 좌금오 대장군 오주와 상의했다. 황상이 오주에게 명해 원재와 그의 측근 왕진을 감옥에 가두었다. 이부상서 유안과 어사대부 이함 등이 그들을 국문해 죄를 자복받았다. 그에게 만연현에서 자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관원에게 말하기를 “바라컨대, 빨리 죽여 주셨으면 하오.” 관원이 답하기를 “상공께서는 반드시 조금 더럽고 욕된 것을 겪어야 합니다.” 이어 더러운 버선을 벗어 입을 틀어막아 살해하였다. 처 왕씨, 아들 원백화 원중무 원계능 모두 주살되었다. 황상이 그의 조부 묘를 파헤쳐서 관을 쪼개 시신을 내다 버리고 가묘를 헐고 신주를 불태우도록 하였다. /초당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