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종(德宗, 742~805)은 당나라 9대 황제로 이름은 이괄이다. 양세법을 도입해 안사의 난 이후 재정을 재건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나 번진의 반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환관을 중용해 왕조가 붕괴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대종의 장남으로 모친은 예진왕후 심씨다. 764년 태자로 책립되었다. 779년 5월 대종이 사망하자 황제로 즉위했다. 780년 연호를 건중으로 바꾸었다. 강직한 최우보를 재상으로 기용해 개혁에 나섰다. 최우보는 약 1년동안 800여 명의 관리를 뽑는 등 인재 채용에 심혈을 기울였다. 안사의 난 이후 군을 장악한 대장군 곽자의로부터 병권을 회수했다. 그를 상부(尙父)로 추앙하되 부원수직을 해직해 실질적으로 군사업무에서 배제하였다. 이에 각 지방에 할거한 절도사들이 크게 동요하였으며 이후 번진의 난으로 이어졌다.







재상 유안과 양염을 처형한 것이 초기의 치세를 어렵게 만들었다. 유안은 재정의 책임을 맡아 강남의 양곡을 장안에 공급해 물자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재정 확충에도 공을 세웠다. 대종이 그를 “짐의 소하”라고 칭찬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양염의 모함을 받아 780년 사천성 충주에서 사사되었다. 양염을 재상으로 삼아 조용조 제도를 폐지하고 양세법(兩稅法)을 도입했다. 일년에 두 차례 하세(夏稅)와 추세(秋稅)를 징수했다. 먼저 재정소요를 산정한 후 세금을 거두는 양출제입(量出制入)의 원칙을 확립했다. 이는 당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재정개혁으로 이후 역대 왕조 재정운영의 근간이 되었다. 양세법의 시행을 통해 “모든 권력이 비로소 조정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양염 역시 노기의 음모에 말려 781년 애주사마로 좌천돼 귀주에서 목을 매 죽었다.

번진(藩鎭)과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하북 3진인 성덕진, 위박진, 치청진이 경계의 대상이었다. 위박진의 절도사 전승사가 죽자 아들 전열이 이를 승계했다. 781년 성덕진 절도사 이보신이 죽자 아들 이유악이 지위를 계승하기를 청하였다. 덕종은 이를 거절했다. 치청진의 절도사 이정기 지위를 아들 이납이 계승하는 것도 불허했다. 이에 전열, 이유악은 관망중이던 산남 절도사 양숭의를 끌어들여 조정에 대항해 번진전쟁이 시작되었다. 782년에는 회서의 이희열이 정주를 점령하고 낙양을 공격했다. 재정난이 심해져 대신들이 한달 봉록을 삭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783년 8월 경원병변(涇原兵變)이 일어났다. 이희열의 양주 포위 소식에 놀란 조정이 경원진에 지원 명령을 내렸는데, 푸대접을 받은 병사들이 절도사 요령언을 감금하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덕종은 장안에서 현재의 섬서현 건현인 봉천으로 도망갔다. 유주절도사 출신 주차가 대진황제로 즉위하고 연호를 응천으로 정했다. 784년 육지의 건의에 따라 봉천에서 스스로 잘못을 사과하는 죄기조(罪己詔)를 발표했다. 천하의 혼란을 초래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자기반성문이다. 대사면을 실시해 왕무준, 전열 등이 조정에 복귀했다. 장군 이성이 분전해 주차를 물리치고 장안을 회복해 5월 장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번진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삭번정책(削藩政策)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결국 당 말기까지 번진 할거 상황은 계속되었다.

환관의 권력 농단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즉위초기에는 환관을 경계했지만 대신들을 불신해 환관에게 군대를 감독하는 감군의 권한을 주었다. 특히 장안과 황궁을 경호하는 금군의 지휘권을 환관이 장악했다. 환관 두문장과 왕희상이 좌상병마사, 우상병마사로 취임했다. 대신에 대한 불신이 심해 794년 재상 육지를 파면했을 뿐 아니라 처형하려고까지 했다.

말년은 후사 문제로 고심했다. 장남 이송을 태자로 책립했는데 태자비가 난잡한 생활을 영위한 고모 고국공주의 여식 소씨였다. 이에 조카인 서왕에 마음이 기울어 태자 교체 문제를 고심했다. 그러나 이필이 “폐하의 자손들이 천하를 호령하려면 반드시 적통이 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황제의 뜻을 꺾었다. 805년 우여곡절 끝에 왕숙문 등의 도움으로 태자가 순종으로 즉위했다.



<초당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