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여수시 화양면 장수마을 풍경. 바닷물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해안도로와 맞닿아 쭉 펼쳐진 평평한 숲은 마을의 자랑거리다.

여수시 화양면 장수마을은 바다와 갯벌 그리고 숲이 어우러진 어촌이다. 여수시내에서 고흥 방면으로 승용차로 30분 가량 달리면 닿는다. 마을은 바다와 이웃한 해안도로 안쪽에 옹기종기 형성됐다. 해안도로와 이웃한 축구장 크기의 넓고 푸른 숲이 여느 어촌과 달리 이채롭게 다가온다. 바다와 불과 5m 가량 떨어진 평평한 숲에는 한 아름, 아니 서너 아름은 족히 될 나무들이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힘차게 솟아있다. 바로 옆 갯벌에서 바지락 캐고 샤워를 한 다음 이 숲에서 낮잠 한 숨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어촌마을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쌈지공원이라 불리는 이 숲을 자랑거리로 꼽는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숲과 바다 사이 해안도로를 걷다가 보게 되는 주택 돌담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장수마을은 139가구에서 주민 263명이 산다. 19세 미만이 20명, 19~65세 청년(?)이 117명, 65세 이상 어르신이 126명이다. 장수마을이라는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듯 90세 이상의 장수노인이 10여명 산다고 한다.

어촌계원은 총 126명. 어가로는 86가구다. 해안도로에 붙어있는 푸르고 넓은 숲과 더불어 마을 자랑거리는 갯벌이다. 참꼬막, 바지락, 굴 등 갖가지 패류는 물론 낙지, 짱뚱어 등 바닷고기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풍성하게 나온다는 게 마을주민들 설명이다. 바지락이 특히 일품으로 꼽히지만 어촌계원들이 이제 제법 나이가 들어 쏟아져 나오는 바지락을 미처 다 캐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김인준(53) 장수마을 자매어촌계장은 “한 여름만 제외하고 1년 사시사철 바지락이 쏟아져 나오는 게 바로 저 갯벌”이라며 “이제는 어촌계원들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때되면 캐기만 하면 되는 바지락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 앞부터 저기 저 몇키로쯤 뒤로 떨어진 섬들 앞까지가 모두 갯벌”이라며 해안도로 코 앞에 펼쳐진 바다를 가리킨다. 때가 마침 만조여서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바다는 간조 때면 끝도 보이지 않는 갯벌을 드러낸다. 어촌계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낚싯배도 2~3척 있으나 홍보 저조로 아직은 신통치 않다.

마을 앞에 펼쳐진 갯벌에서 종종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갯벌체험이라는 것을 어촌계 주관으로 하지만 아직 경쟁력은 없다.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여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된 갯벌체험 홍보조차 할 수없었다는 게 어촌계장 설명이다. 마을 자랑거리인 평평하고 울창한 숲 역시 일부 구간에 울타리가 쳐져 있고 편하게 앉을 의자조차 구비돼 있지 않아 새단장이 필요하다.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에도 변변한 식당과 숙박업소가 없다는 점도, 관광산업(바다 갯벌 체험활동)을 일으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하는 어촌계장의 고민거리다.

장수마을은 늙어가는 여느 어촌마을과 다름없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바로 옆 고흥 영남면 조발도와 화양면을 잇는 화양대교가 2년여 지나 완공되기 때문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그동안 수십㎞를 돌아서 여수와 고흥을 오갔던 차량들은 마을 바로 뒤 도로를 이용하게 된다. 마을을 지나는 인구가 가파르게 불어나는 것이다. 어촌계장을 맡은 지 3년차인 김씨 역시 화양대교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두 눈이 반짝거렸다.

마을은 자체로 유명 관광지는 없다. 하지만 차로 30분 안팎으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여수 밤바다를 오가는 여수의 새 명물 해상케이블카, 일출 명소 향일암, 추억을 자극하는 오동도까지. 여수 돌산과 바다건너 자산공원을 잇는 1.5㎞ 구간의 국내 첫 해상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10대(5인승)와 일반 캐빈 40대(8인승) 등 총 50대가 운행되고 있다. 비바람이 불지 않은 날은 사람들이 늘상 줄지어 있을 정도다.

국보 제 304호 여수 진남관도 볼거리다. 진남관은 전쟁 직후인 선조 32년(1599) 삼도통제사로 부임한 이시언이 새로 지은 객사(客舍)로, 숙종 42년(1716) 화재로 소실되어 숙종 44년(1718) 재건된 뒤 여러 차례 중수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진남관은 당시 임금이 사용하던 궁을 제외하고 지방에 세워진 목조건축 중에서는 가장 큰 건물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바다를 향해 절벽에 세워진 향일암은 일출은 물론 일몰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섬 전체에 동백나무가 빼곡해 동백섬으로 유명한 여수의 상징과도 같은 오동도 역시 장수마을에서 30분 차로 달리면 닿는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찾아오시는 길]

▶ 승용차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 서해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엑스포대로 → 화양면 → 세포삼거리 → 자매삼거리 → 장수마을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 → 여천시외버스정류장(4시간15분) → 여천시외버스터미널건너정류장까지 도보이동(2분) → 1000, 32, 34번 버스 승차(9분 이동) → 국민은행 여천지점정류장 하차 → 진남시장정류장 도보이동(2분) → 27번 버스 승차(39분 이동) → 자매마을정류장 하차

▶ 열차

KTX용산역 → 여천역(2시간37분) → 반월마을정류장 도보이동(6분) → 61,31,33,35,36,37,62,330,610번 버스 승차(5분 이동) → 임포(향일암)정류장 하차 국민은행 여천지점정류장 하차 → 진남시장정류장 도보이동(2분) → 27번 버스 승차(39분 이동) → 자매마을정류장 하차